부랑인 시설 ‘은평의 마을’ 존폐 기로에

부랑인 시설 ‘은평의 마을’ 존폐 기로에

입력 2010-06-10 00:00
수정 2010-06-1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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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수녀회 손 떼기로… 서울시 위탁운영자 공모

국내 최초·최대이자 서울시내 유일의 부랑인 전문시설인 ‘은평의 마을’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적자 운영을 감내할 새 주인을 찾는 게 쉽지 않은 데다, 다른 복지시설과 달리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구산동 은평의 마을은 1961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부랑인 시설로, ‘시립갱생원’이 전신이다. 시설 운영은 1981년부터 현재까지 ‘마리아 수녀회’가 30년 가까이 맡아왔다. 현재 하루 평균 입·퇴소 인원만 20~30명에 이를 정도로 부랑자 관리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마리아 수녀회가 최근 운영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것. 이곳에서 봉사하고 있는 수녀 30여명이 정년이 임박해 퇴직을 앞두고 있는 반면, 대를 이어 봉사할 수녀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운영경비를 지원해온 미국 자선단체 ‘자선회’가 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 한국의 경제 사정이 크게 나아져 지원해야 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게 이유다. 지난해 기준 자선회 지원액은 은평의 마을 전체 운영경비 59억원 중 15%가량인 9억원 수준이다. 나머지 49억원은 서울시가 보조한 것이다.

은평의 마을 관계자는 “정부와 자선단체 등의 지원 규모가 운영비에 훨씬 못 미치다 보니, 수녀들이 받은 급여를 다시 걷어 운영비에 보태 쓰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부랑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후원이나 자원봉사 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안타까워했다.

부랑인들은 정부 지원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장애인이나 아동, 노인처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별도의 관련 법이 없다. 보건복지부 시행규칙을 통해 관리되고 있을 뿐이다. 또 부랑인과 노숙인을 가르는 기준이 모호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주도로 이들에 대한 명칭을 ‘홈리스’로 통일하려 했지만, 한글단체 등의 반대로 흐지부지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은평의 마을을 운영할 사회복지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을 공모하기 위해 오는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공모에 앞서 사전협의 등을 통해 새로운 운영자를 찾아봤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면서 “시설이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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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010-06-1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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