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이직횟수 제한 폐지해야”

앰네스티 “이직횟수 제한 폐지해야”

입력 2009-10-22 12:00
수정 2009-10-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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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보고

#1.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 K(34)씨는 올봄 경남 진해의 선박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중 150㎏짜리 철제 파이프가 떨어지는 바람에 발가락과 손가락에 골절상을 입었다. 두 달간 병원에 입원해야 했지만 고용주는 열흘 뒤 찾아와 “사업장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협박했다. K씨는 “다리가 아파 서 있지도 못할 정도였지만 담당자는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끌고가 노동 비자를 취소시켰다.”고 말했다.

#2. 필리핀 여성 F(37)씨는 가수로 계약한 뒤 E6(예술흥행)비자로 입국했다. 그러나 고용주는 입국 첫주 그녀를 인신매매단에 팔아넘겼다. 동두천의 한 나이트클럽으로 넘겨진 F씨는 방에 갇혀 성접대를 강요당했다. 그녀의 항의에 사장은 “필리핀으로 보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일하다 손발절단땐 비자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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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5년째를 맞고 있지만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고용주로부터 구타에 시달리고 인신매매 뒤 성적착취를 당하는 등 부당한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1일 ‘한국의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보고서를 통해 이직이 어렵고 사용자가 체류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현 고용허가제로 인해 인권침해가 되풀이되고 있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브로커 비용 부담과 안전을 외면한 근로감독, 엄격한 사업장 이동 및 무차별 단속 등도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지적됐다. 앰네스티는 11개 도시와 60여명의 이주노동자를 면담한 뒤 이같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사업장 변경 최대 3회까지 가능

이주노동자들이 3년 이상의 체류를 금지하고 있는 현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은 최대 3회까지 가능하다. 3년 이상 근로시 사업주가 재고용 의사를 밝혀야 한다. 특히 E6비자로 입국한 여성 노동자의 경우 이중 착취에 시달려도 국내법상 구제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앰네스티측은 “인신매매라는 1차 착취에 이어 기지촌 고용주가 성매매를 강요하는 2차 피해의 굴레를 쓰게 돼도 업체를 탈출하면 미등록 신세로 전락한다.”면서 “현행법상 성행위 이전에 도망치면 인신매매로 간주되지 않아 경찰도 조사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불법체류자 8만명 넘어

앰네스티는 “이직 횟수 제한 규정을 폐지하고 직장을 이탈해 미등록이 된 이주노동자들이 인권침해 보상을 받고 사법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현재 등록된 외국인은 85만여명, 불법체류 외국인은 8만여명이다.

한편 해외의 경우 미등록 이주 노동자 정책은 단속보다 체류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대책협의회 이영 사무처장은 “영국은 14년 이상 체류시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고 스페인, 브라질, 멕시코 등은 5~10년마다 사면 형식으로 체류를 합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벌금을 물린 뒤 체류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행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정정훈 변호사는 “이주노동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다문화 사회의 순기능을 강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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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박성국기자 oscal@seoul.co.kr
2009-10-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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