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등 직원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영업주와 법인도 함께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양벌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특히 이번 결정은 소급적용돼 종업원의 범죄로 이미 벌금을 내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법인 및 영업주의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30일 양벌에 대해 규정하는 의료법 91조 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춘천지법 강릉지원이 제청한 위헌법률 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밖의 종업원이 업무와 관련한 위반행위를 하면 그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병원은 건강관리과 직원이 무단으로 구강검진검사를 실시한 사실이 적발돼 벌금을 낼 처지가 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이날 의료법을 비롯해 청소년보호법·사해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구도로법·구건설산업기본법·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등 6개 법률에 규정된 같은 취지의 양벌 조항을 모두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재에 따르면 이런 양벌규정이 있는 법률은 390여개에 이른다.
재판부는 “종업원이 범죄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법인이나 영업주가 그 범죄에 대해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했는지와 전혀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함께 처벌하는 것은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위헌 결정은 소급적용되기 때문에 직원의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법인이나 영업주의 재심 청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이미 벌금을 낸 경우도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9-07-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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