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어 쓴 자연풀이 전통비법 됐죠”

“돈없어 쓴 자연풀이 전통비법 됐죠”

입력 2009-07-20 00:00
수정 2009-07-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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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복원용 한지 만드는 김삼식씨

“조선왕조실록을 만드는 데 내 종이가 들어간다고 하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경북도중요무형문화재 한지장(韓紙匠) 김삼식(67)씨는 19일 문화재청이 조선왕조실록을 복원·제작하는 데 그의 종이를 사용하기로 한 사실에 들떠 이렇게 말했다.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나는 옛날 그대로 만드는 것밖에 모른다. 문화재청에서 전국의 한지 만드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몰래 조사했다고 하더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화학약품으로 닥나무 껍질을 녹여 만든 이른바 ‘개량 한지’가 ‘전통 한지’로 서울 인사동 같은 곳에서 팔리는 현실 속에서도 전통 한지 제조방식을 고수하는 얼마 되지 않는 장인 중 한 명이다.

1년생 닥나무를 삶아 벗겨 낸 껍질에서 다시 겉껍질을 제외한 백피(속껍질)만 빼내 잿물에 삶고 두드려 물에 씻고, 닥풀을 섞어 종이를 뜨는 방식으로 제작되는 게 전통 한지다. 최근 상당수가 백피를 만들 때 칼로 긁어내는 대신 화학약품을 써서 겉껍질을 녹이는 방식을 쓴다. 작업이 쉽고 인건비도 950만원에서 25만원 정도로 훨씬 줄어든다.

하지만 이런 한지는 질기지도 않고 오래 보존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요즘엔 닥나무 껍질 대신 수입한 펄프를 사용하거나 중국산 닥나무를 써 더 쉽게 만들고 있다.

김씨는 아버지를 여의고 생계를 꾸리려고 열 살 때부터 종이를 만들었다. 그는 “돈이 한 푼도 안 들어가도 종이를 만들 수 있다. 닥나무를 외상으로 사고 이듬해 한지를 팔아 갚았다. 양잿물도 돈 들어가서 안 썼어. 풀도 돈이 없어서 밭 갈아서 자연 풀을 썼고.”라고 회상했다. 돈이 없는 탓(?)에 전통을 지켜오게 됐다는 것.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한지를 팔았지만 지금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유명한 장인이 됐다. 한지는 1년 중 석 달 정도밖에 만들 수 없다. 더워지면 원료가 상해서다. 서리 내릴 때부터 3월 초까지만 만든다. 하루에 200장 정도밖에 만들지 못해 연간 2만장에 그쳐 개량한지보다 비싸다.

경북도는 이런 김씨의 기능과 정신을 아껴 2005년 무형문화재 한지장으로 지정했고, 타지에서 직장 생활하던 아들 춘호(35)씨도 수년 전에 귀향해 대를 잇고 있다.

문경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2009-07-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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