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최종변론 참여 허대석 서울대교수
인공호흡기를 뗀 뒤에도 김모(77) 할머니가 안정적으로 호흡하며 장기간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의료계와 법조계 안팎에서 존엄사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대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 당시 최종변론에 참여했던 허대석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25일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하지 않는 게 옳다는 것”이라면서 “환자가 숨을 거두지 않는다고 해서 핵심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허대석 서울대 교수
대법원이 환자의 호흡기능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현대 의학의 한계라는 의견을 내놓자 허 교수는 “의료행위에 불확실성은 늘 있다.”면서 “과거에는 수술하면 살고 그러지 않으면 죽는 등 사망 판단이 단순했지만 연명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학적 판단만으로 사망 여부를 가릴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고 동의했다.
허 교수는 본인이 원치 않는 연명치료는 하지 않는 게 옳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생명에 대한 환자 본인의 가치관이 존중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면서 “김 할머니의 경우도 본인의 추정적 의사가 가족에 의해 확인됐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떼지 않았다면 격리된 중환자실에서 쓸쓸히 임종을 맞았겠지만 호흡기를 뗀 뒤 가족의 간병을 받으며 편안한 죽음을 기다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사한 사례 발생과 소모적인 논쟁을 막기 위해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존엄사 기준을 통합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종교계 등 사회 각계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이번 논쟁이 존엄한 죽음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편 이날 김 할머니는 오전 한때 체내 산소포화도가 83%까지 떨어져 위급한 상황을 맞았다가 1시간 뒤 92%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오후 10시30분쯤 다시 위험수치인 90% 아래를 밑돌아 의료진과 가족을 긴장케 했다. 주치의 박무석 교수는 “환자가 어제보다 숨쉬기 힘들어하고 열이 많이 나 폐렴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09-06-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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