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갈등 우려… 인색한 난민 인정

외교갈등 우려… 인색한 난민 인정

입력 2009-06-20 00:00
수정 2009-06-2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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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난민의 날’ 한국은 지금

중국인 W(60)는 2000년 5월 중국에서 ‘민주화 23개 조항’을 발표하는 등 반정부 활동을 벌이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 2002년 11월 한국으로 탈출했다. 지난해 1월 “탄압받을까 두렵다.”면서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그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뚜렷한 민주화 운동경력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법무부 직원들이 ‘한·중 간 외교문제도 있어 난민지위를 인정해 주기 어렵다.’고 귀띔했다.”고 전했다. 법원에 난민 불허결정 취소 청구소송을 낸 그는 지난해 11월14일 대법원 판결 끝에 겨우 난민지위를 획득했다.

세계 난민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1994년부터 지금까지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한 사람은 모두 2323명이다. 이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116명에 불과하다. 법무부는 신청철회자 등을 제외한 순수 심사대상자 1049명 기준으로 할 경우 11%가 난민지위를 받은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16위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116명 가운데 법무부 심사로 난민지위를 받은 경우는 6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법무부의 불허 결정에 불복해 소송으로 지위를 인정받거나(19명), 이미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가족과 결합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위를 얻은 경우(36명)다.

국가별로 보면 난민신청 건수는 네팔이 377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중국 334명, 미얀마 218명 순이다. 네팔의 경우 지금까지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중국은 신청자 334명 가운데 W 등 5명이 인정받았다. 모두 소송을 통한 경우였다. 난민인권센터(NANSEN)의 최원근 사업팀장은 “네팔의 경우 우리 정부가 상대적으로 네팔 정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데다 난민 당사자들에게 박해받을 가능성의 입증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요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인 5명이 법무부 심사가 아닌 소송을 통해 난민 지위를 획득했다는 점은 법무부가 국제사회의 눈치를 살핀다는 대표적 증거”라고 지적했다.

난민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난민지위 불인정에 대한 이의신청 심사를 ‘난민인정협의회’에서 할 게 아니라 선진국처럼 독립기구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난민인정협의회는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국가정보원 직원 등 공무원 5명과 민간 전문가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난민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들은 “장관이 인정하지 않은 것을 차관이 구제할 수 있겠느냐.”며 협의회 기능을 불신하고 있다. 물론 법무부는 “협의회 위원의 절반은 민간인이기 때문에 충분히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이 후퇴한 것도 ‘난민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다.

지난해 12월 개정돼 20일부터 시행되는 출입국관리법은 난민심사를 신청한 지 1년이 넘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장기 체류 중인 난민 신청인의 생활고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20일부터 이 조항이 적용돼 지금까지 기다려온 난민 신청자들로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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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09-06-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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