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얼굴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추기경의 삶 누 되지 않게 살겠다”
“다시 세상을 보게 해 준 추기경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을 이식받은 A(73·서울)씨와 B(70·경북)씨는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 수술 후 ‘김 추기경의 각막을 이식받았다.’는 말이 돌아 ‘혹시’하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그러다 김 추기경의 각막 적출 수술 당일 자신들 외에는 다른 이들의 수술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혹시’가 ‘확신’으로 굳어졌다. A씨는 “추기경처럼 훌륭하신 분의 각막을 이식받다니 너무나 놀랍고 황송하다.”며 감격해했다. B씨는 “기증자가 누구이든 고마울 뿐이지만 추기경의 각막이라니 더 없이 각별하고 소중하다.”고 말했다.A씨는 19살 때 고향에서 과일을 따다 나뭇가지에 오른쪽 눈이 찔려 시력을 잃었다. 왼쪽 눈도 백내장(수정체가 회백색으로 흐려지는 질병)에 걸려 시력이 떨어졌다. 2006, 2007년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경과가 좋지 않아 시력을 되찾지 못했다. B씨는 30년 전 일하던 기계공장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로 왼쪽 눈의 각막이 파열됐다. 2005년 외국인의 각막을 이식받았지만 주변 조직이 거부 반응을 일으켜 시력 회복에 실패했다.
A씨는 “죽기 전에 아이들과 손자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제 그 꿈을 이루게 됐다.”면서 “앞으로 추기경의 삶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살겠다.”고 했다. B씨는 “시력을 회복하면 스무 살에 시집와 50년간 고생만 한 아내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것 같다.”면서 “아직 종교가 없는데, 추기경의 뜻을 기리기 위해 천주교를 믿겠다.”고 했다. 이들은 “시력을 되찾으면 추기경의 묘소를 꼭 찾겠다.”고 입을 모았다.
A씨와 B씨는 지난 17일 오후 8시쯤 서울성모병원 김만수 교수와 주천기 교수의 집도 아래 각각 수술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수술 경과가 좋아 2~3일 뒤면 퇴원이 가능하다. 일주일쯤 뒤엔 흐릿하게 사물을 볼 수 있고, 두 달이 지나면 시력을 완전히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09-02-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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