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사망자 아들 ‘눈물의 하소연’

용산참사 사망자 아들 ‘눈물의 하소연’

입력 2009-02-09 00:00
수정 2009-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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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코골이가 이렇게 그리울 줄…”

“아버지의 코골이가 이렇게나 그리운 소리가 될 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중략) 내가 죽어 지옥으로 간다는 조건이 붙는다 해도 아버지를 만나고 싶습니다.”

용산 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한 청년의 애절한 호소에 네티즌이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지난 20일 발생한 용산 철거현장 화재 당시 숨진 고 윤용헌씨의 아들인 윤현구(19) 군은 지난 3일 오전 1시쯤 ‘싸이월드-광장’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회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 보러가기]

 윤군은 ‘용산 참사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아빠’ ‘아버지’라는 단어가 세상 그 무엇보다 슬픈 단어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참사의 원인을 철거민들의 불법 폭력시위 탓으로 여기는 일부 여론에 대해 “10년 넘게 식당을 하시며 ‘음식이 맛이 없다. 벌레가 나왔다.’고 냉정하게 외면하던 손님들에게 등굽혀 사과하고 진심으로 죄송해 하던 우리 아버지였다.”며 “함부로 말하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군은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져 시민의 안전을 위협했다는 지적에 “참사 건물(남일당) 주위에는 주거하는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상태였으며 화염병은 무장한 경찰들이나 도로들을 향해 던졌다.절대 무자비한 테러마냥 사람들에게 저지르지 않았다.”고 대응했다.

 그는 농성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억 단위의 돈을 들여가며 10여년간 장사를 한 사람들에게는 3000만원을 줄테니 나가라 하고,빚까지 져가며 가게를 내어 장사하던 사람에게는 1000만원을 줄테니 나가라 하니 여러분 같으면 나가겠느냐.”며 “우리 집은 식당 겸 가정집으로 돈 1000만원에 모두 잃게 생긴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다음과 같은 얘기로 용역직원들의 행패를 알렸다.

 “집에서 나가지 않는다고 용역들이 장사를 방해했습니다.손님들이 지나다니는 거리 벽마다 빨갛게 해골들을 그린다거나 밤마다 몰래 가게 유리를 부시고 간다거나 심지어는 이미 비운 집에 방화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온 윤군에게 집에서 술을 마시던 아버지가 “오늘 용역이 쳐들어왔어….근데,너 같은 또래 나이 애한테 얼굴을 얻어 맞았어….”라며 울먹이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군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도 애절했다.고 윤씨는 사건 전날(19일) 집을 나서며 “아빠 가 5일 정도 못 올 지 모르니까 밥 잘 챙겨먹고,아르바이트 늦지 않게 일찍 자고 엄마랑 잘 있어.”라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이와 함께 그는 “내가 죽어 지옥으로 간다는 조건이 붙는다 해도 내 삶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조건이 붙는다 해도 아버지를 만나고 싶습니다.”라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그가 그리는 건 호화스런 일상이 아니었다.생전 못다한 효도를 다하는 것 뿐이었다.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양복도 맞춰드리고 낚시도 가고 싶습니다.”

 윤 군이 남긴 이같은 애틋한 한 글자 한 글자는 네티즌의 마음을 파고 들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아버지를 향한 사랑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는 내용이다.

 네티즌 ‘손미선’은 “학생 힘내요.세상 굳세게 살아나가요.”라며 “글을 읽는 내내 울컥울컥하면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마음에 가슴이 아프네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김현덕’이라는 네티즌은 “정확한 원인 규명이 하루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9일 이번 참사와 관련해 “경찰은 화재에 직접 책임이 없고,경찰 특공대 동원 역시 적법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이와 함께 참사로 이어진 화재는 농성용 망루에서 농성자 중 누군가 던진 화염병 때문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화염병 투척자나 시너 투기자 등을 특정하지는 못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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