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NEWS] 철조망 설치가 학교공원화 사업?

[생각나눔 NEWS] 철조망 설치가 학교공원화 사업?

이경원 기자
입력 2008-10-27 00:00
수정 2008-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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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서울지역 초·중·고교에서는 회색빛의 높은 담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담장 대신 푸른 수목과 낮은 울타리가 그 자리를 채워나갔다.2001년부터 서울시가 추진한 ‘학교공원화사업’ 차원에서 진행됐다.‘학교담장 허물기운동’으로 불려진 이 사업은 ‘열린 학교’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호평을 받았다. 시민들의 호응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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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도가 우선?

하지만 일부 학교는 낮은 울타리를 허물고 그 자리에 철벽을 세운 뒤 가시철조망을 두르고 있다.‘환경정화’의 본래 취지는 온데 간데 없고 ‘가시 철조망’이라는 새로운 ‘흉물’이 생겨난 셈이다. 문제는 예산이다.01년부터 07년까지 서울지역 631개교가 학교공원화사업으로 1050억원의 돈을 타갔다.2010년까지 207개교가 신청해 계획된 580억원의 예산까지 지출되면 사용되는 예산은 1630억원에 이른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지만 그 결과가 ‘철조망’이다보니 본래 취지를 잃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리·감독도 전적으로 학교의 몫이라 철조망을 두르는 데 제한이 없다.

학교 쪽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A고등학교 교감은 “학생들이 자꾸 담장을 넘어다니다보니 학습 지도 차원에서 예방책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학교에 철조망을 치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사례”라면서 “시험을 위해 학생을 억압해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하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엿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사고 책임 학교에 묻는 교육행정이 문제?

일선 학교의 반박도 거세다. 이들은 교육행정의 문제점을 거론한다. 등교시간부터 하교시간까지 학생의 신상과 관련된 모든 책임이 학교에 전가되는 탓이다.B고등학교 교감은 “교육청에서는 등교에서 하교 시간 사이 학생이 학교를 몰래 빠져나가 생기는 모든 사고의 책임을 학교에 묻고 있다.”면서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든 학교를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철조망으로 인한 안전사고의 문제점도 제기된다. 서울의 한 여중에 다니는 김모(15)양은 “철조망을 넘다 다쳐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말씀드리기도 어려워 혼자 솜에 알코올을 묻혀 치료했다.”고 말했다. 최상호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파상풍의 발병률은 낮아졌지만 턱부위 근육 경직, 두통이 나타나는 등 쉽게 치료가 되지 않아 예방이 중요한 질병”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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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8-10-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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