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한 입국심사

의아한 입국심사

김승훈 기자
입력 2008-09-08 00:00
수정 2008-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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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대형공사 수주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홍경태(53) 전 청와대 행정관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수사가 급진전하고 있다. 경찰은 홍 전 행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홍 전 행정관의 자택, 승용차를 압수수색하는 등 전방위 수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체포영장이 발부된 홍 전 행정관은 입국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아 출입국 관리의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7일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홍 전 행정관을 6일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홍 전 행정관에 대해 입찰방해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홍 전 행정관은 한국토지공사가 2005년 10월 발주한 군산-장항 호안공사와 2006년 9월 발주한 영덕-오산 도로공사를 각각 SK건설과 대우건설이 수주하도록 브로커 서모(55·구속)씨를 통해 김재현 전 토공 사장에게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2005년말 대우건설이 발주한 부산 신항만 공사 일부를 토목전문 S건설사가 낙찰받도록 박세흠 전 대우건설 사장에게 부탁한 대가로 서씨에게서 5억원 상당의 채무를 탕감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은 홍 전 행정관과 부인의 은행계좌는 물론 차명계좌 추적 및 분석 결과와 박 전 대우건설 사장과 김 전 토공 사장,SK건설 관계자 등 주요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홍 전 행정관의 외압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홍 전 행정관 체포 직후 경기 김포에 있는 그의 자택과 승용차를 압수수색했지만 이미 홍 전 행정관이 컴퓨터 본체 등 관련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향후 관련자들과의 대질신문을 검토하고 있다.

홍 전 행정관은 서씨가 구속된 다음날인 23일 돌연 부인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 당초 예약했던 7일 항공편을 취소하고 일정을 앞당겨 6일 오전 9시2분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오후 3시20분쯤 변호사와 함께 경찰에 출석했다.

한편 체포영장이 발부된 홍 전 행정관이 입국 뒤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공항경찰대의 제지를 받지 않고 빠져 나가면서 범죄 피의자의 입국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항공사에서 탑승객 정보를 법무부로 통보하는 승객사전정보시스템(APIS)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경찰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법무부는 홍 전 행정관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한 무렵인 오전 5시55분에 관련 정보를 APIS를 통해 경찰청 서버로 전송했다고 밝혔지만 공항경찰대는 해당 정보가 11시간 넘은 오후 5시10분에야 단말기에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홍 전 행정관은 6일 오전 9시2분에 입국했지만 법무부 출입국관리소가 7분여 늦은 9시10분에 공항경찰대에 입국사실을 통보하는 바람에 현장에서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공항경찰대는 홍 전 행정관을 놓친 뒤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그가 9시4분쯤 세관과 입국장을 빠져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범죄 피의자 또는 피내사자는 미리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지만 이미 출국한 뒤에는 입국시 통보조치로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검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홍 전 행정관은 공항을 빠져 나온 지 6시간 정도가 지난 오후 3시20분쯤 경찰에 자진 출두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체포는 됐지만 주요 사건의 핵심 피의자에 대한 입국관리가 제대로 안됐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출입국관리소 측은 “입국심사가 완료됐을 때 관계기관에 통보하는데 우리는 그에 따라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면서 “입국한 피의자를 놓치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 이번에는 이상하다.”고 말했다. 반면 공항경찰대 측은 “출입국관리소가 홍 전 행정관이 이미 떠난 이후에 문서통보를 해왔기 때문에 현장에 나갔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면서 “(우리는) 강남경찰서에 먼저 전화로 알리고 나중에 문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08-09-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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