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상처 안은 사람들 보듬고 싶어”

“마음에 상처 안은 사람들 보듬고 싶어”

김규환 기자
입력 2008-05-27 00:00
수정 2008-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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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도마뱀’‘아르헨티나 할머니’ 등의 소설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44)가 26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새 장편 ‘왕국’(전3권·민음사 펴냄)의 국내 출간에 맞춰 서울에 온 요시모토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 독자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가 아직 어려(다섯 살) 그동안 한국을 방문할 여유가 없었다.”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요시모토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 에쿠니 가오리 등과 함께 일류(日流)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 자신의 이름 ‘바나나’에 대해 그는 “바나나는 세계인이 모두 아는 과일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바나나꽃을 좋아하고, 바나나라는 이름만으론 성별을 알 수 없는 ‘모호함의 매력’도 있어 필명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본명은 요시모토 마호코다.

“내 작품의 주요 독자들 중에는 사춘기를 겪는 사람들 또는 마음이 아주 섬세하고 감수성이 강하고 세상과 잘 교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이들의 내면에 있는 어떤 것들이 내 소설을 찾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음에 상처를 안고 있는 독자들이 내 소설을 읽은 뒤 한 차례 여행 혹은 온천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끼며 상처를 보듬어갈 수 있도록 작품을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일본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자살률이 매우 높은데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자살하는 사람들이 하루만이라도 자살을 늦춰 주길 바라는 심정으로 쓴 작품도 있다.”며 “지금은 보다 근본적으로 자살을 줄여 나갈 수 있는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의도를 살리기 위해 그는 ‘현실’이 아닌 한편의 ‘우화’를 작품 속에 담는다고 한다.

이번에 출간된 ‘왕국’ 또한 우화적인 요소를 한껏 강화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산 속에서 살다 도시로 나온 소녀 시즈쿠이시를 통해 현대의 물신주의를 고발하고 인간성 회복의 절실함을 역설한다.“이 작품을 쓰고 있을 때 해리 포터 시리즈가 널리 읽히고 있었어요. 내 나름의 판타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도한 작품입니다.”

지금은 주부로서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만큼 창작활동은 다소 뜸한 편이라는 그는 “나는 사람들과 사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인데 이번에 한국 땅을 처음 밟아 봤으니 앞으로 자주 와서 다양한 형태로 교류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2008-05-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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