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高 교사전보 교장 맘대로

공립高 교사전보 교장 맘대로

이경원 기자
입력 2008-04-04 00:00
수정 2008-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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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A씨는 지난해 12월 지역의 명문 공립고등학교에 전보를 신청했지만 학교로부터 학교장의 ‘면접’을 봐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공립고등학교에서 전보 면접을 본다는 얘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연차가 낮아 받아주기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그나마 면접을 볼 수도 없었다.

●‘교사 인사권은 교육감에´ 초·중등교육법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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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립학교가 학교장의 입맛에 맞게 전보 대상자를 선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교장이 비공식적인 면접을 보거나 우수 교사 채용을 위해 직접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수 교사를 끌어오기 위한 교장의 노력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공립학교간 교육 격차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의 인사권이 ‘관할 교육청의 교육감에게 있다.’는 초·중등교육법도 무색해진다.

서울시교육청 학교인사위원회에서 공립학교 전보업무에 참여한 B교사는 “서울시 전보 대상 고등학교는 강남지역과 같이 교사들이 선호하는 ‘경합지역’과 전보를 꺼려하는 ‘비경합지역’으로 분류된다.”면서 “연말 전보 신청 기간에는 교사들이 경합지역 학교장에게 미리 찾아가 눈도장을 찍기도 하고 학교장이 우수 교사를 데려오기 위해 ‘물밑작업’도 한다.”고 소개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전보업무를 담당했던 C교사도 “‘전보 내정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교장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면서 “특정 고등학교에만 뛰어난 교사들이 전보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이 서울지역에서 교사들이 전보를 선호하는 경합지역과 비경합지역의 교사 실태를 조사한 결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경합지역에는 EBS출강, 수능 및 학력평가 출제위원, 대학출강 등 이력이 화려한 교사들이 많았지만 비경합지역은 그렇지 못했다(표 참조).

●경합지역에 몰려 있는 ‘우수교사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경합지역과 비경합지역으로 분류되는 것은 맞지만 순환보직이 원칙이기 때문에 경합지역과 비경합지역에 차례로 근무한다.”면서 “다만 학교장이 전보대상자의 10%에 한해 ‘전보유예’를 신청할 수는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경합지역의 정원이 적어 경쟁률이 치열할 뿐더러 전보유예 신청 과정에 교장의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전보유예라는 제도를 악용해 학교장의 말을 잘 듣고 있거나 명망 있는 교사를 학교에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립학교의 ‘교육의 질’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 비경합지역의 고등학생인 김모(16)양은 “같은 공립고인데 강남 지역에는 유명한 선생님들이 늘 많고, 우리 학교에는 예전부터 단 한 명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인사권을 상당부분 학교장에게 위임할 방침이어서 이런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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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8-04-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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