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손병두(서강대 총장) 회장과 미국대학협의회(AAC&U) 크리스토퍼 달(미국 뉴욕주립대 제네시오캠퍼스 총장) 회장은 30일 서강대 본관 총장실에서 ‘한국 교육 현안과 향후 발전 방안’이라는 주제로 대담했다. 손 총장과 달 회장은 이날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주최로 서강대 마태오관에서 열린 ‘제1회 한·미 대학총장 포럼’에 참석하기 앞서 1시간가량 얘기를 나눴다. 영문학자인 달 회장은 하버드·버클리 등 미국의 1200개 대학이 회원사로 있는 미국대학협의회의 회장이면서 미국대학교육협의회 의장직도 겸하고 있다.
정리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30일 한국사립대총장협의 회장인 손병두(왼쪽) 서강대 총장과 미대학협의회 회장인 크리스토퍼 달 뉴욕대 총장이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본관 접견실에서 만나 교육관련 대담을 나누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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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총장(이하 손 총장) 한국 대학에서 요즘의 화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이야기다. 한국은 로스쿨 정원을 2000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는데 이는 법률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다는 원래 목표에 어긋나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인가 기준을 먼저 발표한 다음 그 기준에 맞는 대학은 개원할 수 있도록 준칙주의를 택해야 한다고 본다. 또 법학 교수회나 시민단체가 제시한 3200명이 법률시장의 대중화와 국제 경쟁력을 감안한 그 나름대로 합리적인 숫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달 총장(이하 달 총장) 내가 보기에 한국은 대학원 과정의 미국식 전문 로스쿨 식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정원을 정부가 결정한다는 것은 솔직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법과대학협의회가 각 대학에 설립된 로스쿨 과정을 인정해 주느냐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정원의 문제는 당연히 학교의 자율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로스쿨 초기에 정부의 규제가 심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국민의 숫자나 대학의 규모 등에 비춰볼 때 2000명은 적은 숫자라고 생각한다. 또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학교가 로스쿨을 설립할 수 있는지도 이슈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로스쿨에 관해서는 학교수보다는 학생수로 판단한다. 즉 학생수의 자율화가 이뤄지면 학교들은 자연히 자율에 따라 로스쿨을 설립하고 학생들과 법률시장에 의해 평가받으면서 경쟁을 벌인다.
▶손 총장 자율권 이야기가 나왔으니 세계적으로 대학들간의 경쟁 환경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지금 한국 대학의 자율권은 세계화 시대에 살아 남기 위한 조건이다. 정부는 재정지원을 통해서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정 지원을 하면서 통제나 규제를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달 총장 미국 역시 오랫동안 공립이든 사립이든 각 대학(Local Institution)들의 자율성을 중요시해 왔다.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최소한의 대학 정책에 대한 개입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경향은 연방 정부의 규제를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학생들의 성적에 대해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고등교육기관은 유럽 등의 고등교육기관과 달리 자율성을 중시한다. 그래서 각 교육기관들은 매우 다양하고 목표도 각기 다르다. 그런 다양성이 미국 교육을 강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국의 사립대는 물론 공립대 총장들까지도 더 많은 자율성을 지지한다.
▶손 총장 옳은 말이다. 통제보다는 대학에 완전한 자율권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달 총장 물론 자율권이 중요하지만 내게 통제와 자율권을 놓고 고르라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나는 중도를 선호한다. 대학이 국가교육기관으로서나 지방의 교육기관으로서 책임을 지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지역학점제도를 통해 그 책임을 수행한다. 지역학점제도란 중부, 남부, 동부 등 각 지방 정부들이 자발적으로 연합해서 대학의 학점 제도를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이는 지방 정부에 의해 관리감독되기보다 각 대학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학생 교육의 질을 높인다.
▶손 총장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학의 자율화 문제 중 학생 선발의 자율권이 가장 심하게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입시 제도가 화두가 되고 있다. 어떤 입시제도든 사교육은 있기 마련이므로, 대학입시를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 또는 사교육비 감소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잘못됐다.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입시보다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학에 변별력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달 총장 미국에서는 대학 입학에 관해 최고의 정책을 갖고 있다. 대학 입학은 매우 경쟁적이다. 입학을 위한 시험으로 SAT와 ACT와 같은 국가공인시험이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 점수를 참조하지만 절대적으로 참고하는 것은 아니다. 또 대학들은 고등학교 성적도 참조하는데, 이 성적이 다른 주나 지방과 비교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대학들은 학생들에 대해 심도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대학 입학 사정에 있어 유연성을 지니고 있는데, 대학의 재량권과 인종우대정책, 다른 특혜 등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성을 고려하는 데 있어서의 유연성이다. 이것은 윤리적 기준 같은 것인데, 기부입학제도로 입학하는 것은 예외다.
한국에서 도입을 추진한다는 기부금입학제는 미국에서는 윤리적 기준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좋은 관행은 아니고 권유될 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문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은 상관없지만 순전히 돈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에 대해서는 좋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007-10-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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