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을 깬 사람들] (5) ‘개방대 출신’ 소병량 교사

[학벌을 깬 사람들] (5) ‘개방대 출신’ 소병량 교사

이경원 기자
입력 2007-08-27 00:00
수정 2007-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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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을 속이는 짓은 투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잠시 눈속임을 하더라도 결코 떳떳할 수 없죠. 결국 학력은 노력 앞에서 아무 것도 아니란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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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량(51) 서울 삼성고 교사
소병량(51) 서울 삼성고 교사


공인 자격증만 무려 54개를 보유한 ‘한국판 맥가이버’ 소병량(51) 서울 삼성고 교사의 이력은 자못 화려하다.

서울시가 선정한 신지식인(2001년), 자격증 최다 보유 기네스북 등재, 교육부가 뽑은 ‘능력중심 사회구현 모범사례 우수상’(2002년) 등 일일이 나열하기 숨가쁠 정도다. 그러나 소씨의 화려한 이력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노력이 학력보다 중요”

1956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소씨는 서울로 올라와 마포중·고교를 졸업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소씨의 꿈은 교사였지만, 그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는 75년 인천의 직업학교인 대헌전문학교에서 전기 및 통신과정을 수료한 뒤 보조교사로 교사생활을 시작했다.85년 경기개방공업대학을 졸업한 뒤,87년 경희대 교육대학원 통신과정을 수료해 사립학교 교원이 될 수 있는 교원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직업전문학교 출신의 소씨가 버텨내기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소씨는 “다른 선생님처럼 4년제 대학에서 공부한 게 아니라 제 자신이 자꾸만 작아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해도 4년제 대학을 나온 선생님이 ‘그렇게 가르치는 게 아니다.’고 말하면 기가 죽어 분필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직업전문학교 출신’이란 꼬리표가 안팎에서 그를 압박했다. 결국 소씨는 90년 교편을 놓아야 했다. 소씨는 91년 산업인력관리공단에 특채로 선발됐다. 전기기능장 자격증이 큰 힘이 됐다.“자신감이 붙었죠. 학력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던 제가 자격증으로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이 때부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습니다.”라며 소씨는 인생의 전환점(터닝 포인트)을 떠올렸다.

공인자격증 54개 ‘맥가이버´

소씨는 이 때부터 자격증에 ‘올인’해 공인 자격증만 54개를 지닌 공인자격증 기네스 보유자가 됐다. 전문분야인 전기기능사, 제한무선통신사 자격증에서 경비지도사, 운전기능강사 자격증까지 온갖 분야를 섭렵했다. 특히 전자분야 최고 권위자에게 주어지는 전기기능장과 전자기능장 자격증까지 보유해 명실상부한 장인(匠人)으로 거듭났다.

자신감이 붙은 소씨는 95년 불혹의 나이에 임용고사까지 합격해 서울정보산업고에서 다시 교편을 잡게 됐다. 학력 콤플렉스에 얽매여 잠시나마 접었던 꿈을 당당히 이겨냈다. 소씨는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는 남들의 시선보다도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못 이길 게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실력만이 살 길’이라는 소씨의 자격증 취득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난 9일에는 교통사고감정사 1차 시험에 합격해 2차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주관하는 보험설계사 자격증 시험에도 등록했다.“자격증을 취득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누구 앞에서든 제 전공 분야에 관해서는 당당하니까요. 매번 제 자신을 검증하면서 자신감을 얻어 갔습니다.”

“학력위조는 투기행위”

소씨는 최근 불거진 ‘학력 위조 도미노’를 보면서 누구보다 더 안타까움을 느꼈다. 학력 탓에 큰 아픔을 겪은 그였기에 학력을 거짓으로 꾸민 이들의 심정의 절반은 이해하기 때문이란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노력보다는 학력으로 한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학력위조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옛 생각이 떠올라 한숨이 나오더군요.”

하지만 소씨는 학력 위조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본인에게 아픔이 클지라도 학력이 좋지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선의의 피해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어차피 인생은 자신에 대한 투자입니다. 저는 자격증으로 제 인생에 끊임없이 투자했고, 학력 콤플렉스를 조금씩 이겨냈습니다. 그러나 학력 위조는 인생에 대한 투기입니다. 투기로 얻은 인생이 과연 자랑스럽기만 할까요.”

글 사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소병량 삼성고 교사

1956년 전북 익산 출생

1975년 서울 마포고 졸업

1977년 대헌전문학교 전자과 수료

1982년 중앙직업훈련원(현 인천기능대학) 중퇴

1985년 경기공업개방대학 전기과 수료

1987년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통신과정 졸업

1994년 산업인력관리공단 근무

1995년 국가 임용고사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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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서울 삼성고 공업·기술과 교사
2007-08-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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