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치세력화 각본’ 있었다

의협 ‘정치세력화 각본’ 있었다

정현용 기자
입력 2007-05-07 00:00
수정 2007-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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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가 금품 로비 파문에 휩싸인 가운데 의사들이 그동안 조직적으로 친(親)의료계 국회의원 지원 등 ‘정치세력화’를 모색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6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의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 보고서(2004년 2월 작성)에 따르면 의사들은 앞으로 국회의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로비 등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의료정책 입법 방안을 구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 작성에는 당시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실장 P씨와 의료정책연구소 전문위원 H씨,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Y씨 등 연구소 핵심 멤버들이 참여했다.P씨는 현재 한국의료법학회 고위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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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91.6% 정치세력화 찬성

의사들이 국회 로비를 통한 정치세력화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보고서에 담긴 의사 111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91.6%(매우 찬성 50.8%, 찬성 40.8%)가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개원의(개인 병원 운영·93.1%)가 봉직의(보수를 받는 의사·83.7%)에 비해 정치세력화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 방향에 대해서는 ‘친의료계 국회의원 지원’ 32.2%,‘의료인 국회의원 당선지원’ 25.8%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의료인의 국회 진출과 국회에 대한 로비력 강화를 가장 우선적인 방안으로 꼽았다. 이어 국민 대상 의료계 이미지 고양(24.2%), 전 국회의원 대상 의료현안 홍보(12.9%) 등의 순이었다. 정치세력화의 장점은 현안에 대한 의료계 의견 반영 용이(59.4%), 의료인의 권익신장(22.3%), 대국민 신뢰회복(12.9%) 등이었다. 반면 단점으로는 집단이기주의 시각(60.5%), 정치세력화에 따른 추가 재원부담(18.0%), 정치권 불신으로 인한 부정적 시각(15.2%)을 꼽았다.

●친의료계 인사 국회 입성, 후원금 지원해야

정치세력화에 대한 참여방법(복수응답)은 후원금 지원(79%.1)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의협 전자메일 등을 통한 정책 대안 제시(46.8%)가 뒤를 이었다. 선거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29.8%에 달해 이른바 ‘표 밀어주기’를 통한 친의료계 인사의 국회 입성 지원도 비교적 효과적인 방안으로 분류됐다.

외국 사례로 일본은 2001년 약 29억엔(약 223억원)의 헌금을 전달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경우 일본 의사연맹 등에서 1200만엔의 헌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회 로비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등 정책 집행기관에 대한 후속 로비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본회의에서 의결된 뒤 행정부에 통보되어도 관련 부처에서 집행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의회 의결뿐만 아니라 의결사항을 집행하는 관련 부처에 대한 후속 로비도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정치권이나 행정부처뿐만 아니라 언론이나 친의료계 시민단체 등 여론 주도세력과의 교류를 중요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

보고서는 향후 과제로 “대(對)사회활동 중 언론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친의료계 시민단체의 활용을 위해 제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정부 활동에 대해서는 “각종 정부 위원회에서 위원수 증가와 위원의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해 영향력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정부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 대한의정회 폐지 결의

한편 의협은 5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의협 3층 동아홀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정치권 로비 의혹의 핵심창구로 지목돼 온 ‘대한의정회 폐지’를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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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07-05-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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