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도난신고가 개인간 채무관계 해결이나 세금·과태료 회피 등을 목적으로 엉뚱하게 남용되면서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절도범을 붙잡기 위한 경찰의 도난차량 검문 검색 현장에서는 경찰과 운전자 사이에 이같은 실랑이가 끊이지 않는다.
●10건중 7~8건 이상이 허위신고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난차량 신고건수는 5만 7000건으로 이 가운데 허위 도난 신고가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는 하고 있지 않지만 일선에서는 도난 차량 신고의 10건 중 7∼8건 이상이 허위 신고라고 호소한다.”면서 “이로 인해 정작 중요한 절도범 검거 및 수사 활동에 방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원 최모(46)씨는 지난 14일 차를 몰고 서울 강서구 개화검문소를 지나다 도난 차량으로 잡혀 경찰 조사를 받으며 곤욕을 치렀다. 경찰의 도난차량판독기 조회 결과 최씨의 차가 수배 차량으로 신고돼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3개월 전 차를 사고 명의 이전만 안 했을 뿐”이라면서 차량 매매서류와 인감증명서를 들이댔다. 경찰이 도난 신고자인 지모(35)씨를 불러 조사한 결과 지씨는 이미 2004년 차를 사채업차에게 넘긴 상태였다. 지씨는 “차를 담보로 1000만원을 빌렸다가 돈을 갚지 못해 차를 넘겼는데 세금과 과태료 등 1200만원이 계속 내 앞으로 나왔다.”면서 “차량을 찾아서 명의를 이전하고, 과태료를 돌려받으려고 도난신고를 냈다.”고 털어놨다. 지씨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결 심판에 회부됐다.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 해야”
심지어 누가 차량을 갖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 신고하는 예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 김모(43)씨는 이혼한 남편이 가져간 자신의 명의로 된 승용차에 과태료와 세금 등 각종 고지서가 날아오는 것에 화가 나 도난신고를 했다.
같은 해 4월 개인 파산 선고를 받은 임모(30)씨는 자신의 차를 빼앗아간 사채업자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기 위해 도난 신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허위신고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경범죄 처벌법에 의해 즉결심판에 넘겨져 10만원 안팎의 가벼운 벌금형으로 끝나 허위 신고가 줄지 않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명의 이전을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는 민사소송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경찰이 할 일이 아니다.”면서 “허위 신고를 막기 위해서는 경범죄가 아니라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도난신고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