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중심주의는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정한 죗값을 치르게 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하지만 파문 속에 도입된 공판중심주의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공판중심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시급히 마련해야 하고 법원, 검찰, 변호사 등 각 주체의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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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들의 의지·노력 필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는 10일 폭행사건과 관련해 현장검증을 나간다. 형사사건은 경찰·검찰에서 이미 현장검증을 하기 때문에 법원 차원에서 다시 검증을 나가는 일은 드물다. 현장검증은 법정에 제한되지 않고 진실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재판방식 가운데 하나로 공판중심주의가 정착되면 중요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이효제 공보판사는 “수사기관이 보는 관점과 재판부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 법정에서 새로운 사실·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장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사재판과 달리 민사재판에서 현장검증은 이미 익숙한 절차가 됐다. 민사사건은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원·피고가 현장검증을 요청하고 비용을 지불한다.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조권과 소음피해 등과 관련된 소송에서 현장검증은 필수코스가 됐다. 건설소송을 주로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 조영철 부장판사는 “매주 월요일마다 검증을 가야 할 정도다. 구술주의가 정착되면서 현장검증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부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다시 자신의 사건을 자세히 되짚어 주는 것에 피고인들은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빠듯한 재판일정 등 시간과 인력 문제가 현장검증·시연의 걸림돌이다.
재판을 진행하는 시스템 정비는 아직 완결되지 못한 진행형이다. 공판중심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검찰이 증거분리제출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하자, 법원도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위해 첫 기일 전 판·검·변 협의제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법관이 가진 소송지휘권에 따라 공판 기일 전에 재판장이 검사, 변호인과 함께 공판기일 진행 협의를 하도록 한 것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변호인들은 검찰의 기소 의도와 입증계획을 미리 알게 되고, 법원은 짜임새 있는 공판 밑그림을 준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도 적극 대응 필요
지난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 수사단계에서부터 변호인 참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공판중심주의 재판에서는 본인의 진술이 유무죄를 좌우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법정에서 진실을 말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검찰은 현재 사법방해죄,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판중심주의 재판에서는 위증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될 전망이다. 장주영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수사기관으로부터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할 때는 묵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정에서는 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한다. 법정에서 검찰과 피고인은 동등한 지위에서 재판을 받기 때문이다. 또 예전의 조서재판과 달리 검찰이 제출하는 증거 등 재판내용이 공개되기 때문에 재판의 흐름과 쟁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재판부는 가장 먼저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공판중심주의 법적 근거 필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공판중심주의가 정착되려면 현재 계류중인 사법개혁안이 통과돼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법부는 형사소송법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현재 법체계에서는 상충되는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공판중심주의로 인해 변호사의 활동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임료가 오르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공판중심주의가 도입되면 치솟는 변호비용과 재판비용 등이 서민들에게는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법의 양극화’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부의 한 판사는 “그런 측면도 있지만 무능한 변호사들이 도태되는 측면도 있다. 원래 법의 취지대로 가기 위해 불가피한 비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국선변호사나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운영하는 당직 변호사를 이용하면 된다. 또 현재 통합을 추진중인 소송구조제도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선변호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전국 18개 지방법원 본원에서 활동하는 국선전담 변호사는 41명에 불과하다. 서울중앙지법이 7명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법원은 많아야 4명 정도다. 전담변호사가 없는 지원도 13개나 된다. 당직 변호사 역시 하루에 2∼3명이 대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장 변호사는 “아직 불완전한 제도인 것은 맞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법원, 검찰, 변호사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2006-10-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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