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이런 신중치 못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유가 있긴 하다. 그동안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은 “노동계가 파업 일변도의 과격한 노동운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 정책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다. 지난해 7월 이후 단절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지난 2월 먼저 복귀한 것도 한국노총이었다.
하지만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해서는 강경 일변도의 민주노총과 별 차이가 없었다. 특히 로드맵의 34개 의제 가운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문제와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방안에 대해 “노조활동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완강하게 반대하며 정부에 날을 세웠다.
한국노총의 이런 태도는 소속 3000여개 사업장 대부분이 중소 규모 형태의 노조이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많은 대기업 노조의 경우 자금력이 뒷받침돼 노조전임자의 임금은 노조비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원 수가 적은 한국노총 소속의 노조전임자들은 임금지급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노총은 노사관계 로드맵, 특히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방안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또 복수노조창구 단일화의 경우 “정부가 교섭비용 절감, 교섭편의 제공 등 기업측의 입장만 반영하고 있다.”며 반발해 왔다. 한국노총은 하나의 기업단위에서 복수의 노조가 설립된다 하더라도 노조설립 자체를 금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복수의 노조가 설립된다 해도 과반수를 확보한 노조든 여러 개의 노조끼리 연합해 단일화한 노조든 단체교섭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노총이 “정부안은 노조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면서 국제회의장을 박차고 나감으로써 노사관계 로드맵의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부산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