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하고 머리깎듯 우리 숲에도 관심을…”

“목욕하고 머리깎듯 우리 숲에도 관심을…”

박승기 기자
입력 2006-08-05 00:00
수정 2006-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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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처음 심던 날 아내는 ‘밭둑’에 심어야 한다고 했고 나는 농업학교 출신인데 그걸 모르겠냐며 ‘고랑’에 심어야 한다고 우겼다. 그해 감자농사는 잎만 한 짐 거뒀다.(조연환 시집 ‘숫돌의 눈물’ 중에서)

지난 1월 공직에서 물러난 조연환(58) 전 산림청장은 이제 여지없는 시골농부의 모습이다. 밭일을 하고 있었던 듯 바지에는 흙이 어지간히 묻어 있다.

충남 금산군 남일면 신천리 양대마을. 고향이 충북 보은인지라 이곳에 정착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금산(錦山)은 산세가 아주 좋고 전국의 234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모범적으로 숲을 가꾼 곳”이라면서 “이 정도면 전직 산림청장이 머물 이유가 충분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조씨는 2000년 텃밭을 함께 가꾸자고 친구를 꾀어 600평씩 구입했다. 지난해부터 짓기 시작한 농가주택도 마무리됐다.‘녹우정(綠雨亭)’이라 이름 지은 정자를 세웠고 옛날식 김치광도 만들어 운치를 더했지만,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장화 몇 켤레와 흙 묻은 목장갑, 삽과 호미 등이 농가임을 알려 준다.

300평 남짓한 텃밭에는 참외·상추·옥수수·들깨·오이 등 채소란 채소는 모두 심어져 있다. 조씨는 알이 굵어진 옥수수를 가리키며 “튼실하게 자랐다.”고 흐뭇해했다. 조씨는 “농사가 생각보다 훨씬 바쁘고 힘들다.”면서 “농민들과 살갑게 지내다 보니 정부의 역할과 지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조씨는 농사일을 하며 생명의 숲 국민운동 공동대표로도 활동한다. 숲가꾸기와 숲체험, 도시숲 조성, 휴양교육 등을 국민 사이에 확산시키는 데 열심이다. 특별한 행사나 모임이 없더라도 일주일에 한 차례는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나무만 심어 놓고 방치하다 보니 동물이 지나다닐 수 없고 바람도 통하지 않아 숲이 고통 받으며 죽어가고 있다.”면서 “숲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꾸는 것만으로 나무 생장을 다섯배 증가시키고 연간 3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강요청도 적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어떤 기관이나 단체라도 숲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간다.9월부터는 상주대에서 산림자원경영·환경론을 강의한다. 조씨는 “숲가꾸기가 천직인 듯싶다.”면서 “목욕을 하고 머리를 깎으면 깔끔하듯 우리 숲에도 관심을 갖자.”고 강조했다.

조씨는 38년4개월 동안 공직에 몸담았다.1967년 9급 산림 공무원으로 입문해 1980년 기술고시에 합격하고 산림정책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도 일을 만들고 몰아쳐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만, 수험생을 둔 직원 자녀들에게 떡을 보낼 줄 아는 따스한 가슴의 소유자다.

2002년에는 ‘시인정신’으로 등단해 두 권의 시집을 내고 세 권의 시집·수필집 발간에 참여했다.2001년에는 공무원문예대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공무원 시절 습작한 노트를 선배가 무작정 가져가 출간하는 바람에 시인 소리를 듣고 있다.”면서 “아름다운 숲에서 일하는 산림 공무원은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는 소양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아픔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해 식목일 대형 산불로 낙산사가 소실되고, 농가가 타버려 주민들이 생활터전을 잃은 것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며 목소리를 낮췄다. 또한 전국적인 재해가 돼버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마무리짓지 못한 것도 안타깝다고 했다.

조씨는 “개인적으로는 박수를 받으며 공직을 떠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술회하고 “특히 후임 청장으로 최고의 임업 전문가가 임명됐으니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며 웃었다.

금산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2006-08-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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