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김재록 게이트’의 덫에 걸리면서 추진중인 역점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검찰이 이번 수사가 현대차의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확인했지만 ‘현재 진행형’인 정의선 사장의 지배력 확립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에 떨어진 ‘발등의 불’은 정몽구 회장 부자의 출국금지 여부. 만약 출금이 단행되면 오너가 직접 경영을 챙기는 현대차그룹 스타일상 직격탄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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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2008년 가동을 목표로 체코 노세비체에 8억∼10억유로를 투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오는 5월 공식 투자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다.27일 체코 현지에서 MOU 전단계인 ‘계약조건 체결’에 서명하고 공동 기자회견까지 했지만 국내에서는 검찰 수사 때문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8일 “체코 공장 건설 사업은 검찰 수사와 관계없이 차질없이 수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지만 정 회장의 발이 묶일 경우 어느 정도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달 중순 조인식을 가진 기아차의 미 조지아주 공장 건설도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아차는 다음달중 현지에서 정의선 사장 등 고위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지만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계획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양재동 사옥 증축과 함께 현재 검찰 안팎에서 이번 로비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현대제철(옛 INI스틸)의 일관제철소 연내 착공도 수사결과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 현대가(家)의 숙원이었던 일관제철소는 일부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 해양수산부 등 관련기관의 반대 때문에 수차례나 무산된 끝에 지난달 충남도의 승인을 받았다.
노조와의 관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차는 그동안 끌려 다니던 노사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사관계의 큰 틀을 수정중이었다. 굿모닝신한증권 용대인 애널리스트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과장급 이상 임금 동결을 선언하면서 노조도 고통을 분담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올해 노사협상이 순탄치 않거나 노조의 요구를 많이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장 뼈아픈 부분은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확립. 정 사장은 본텍, 글로비스, 엠코 등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기반으로 기아차 주식을 매입하고 있었는데 핵심 ‘징검다리’ 역할을 하던 글로비스가 결정타를 맞으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정 사장은 2004년 11월 글로비스 지분 25%를 노르웨이 빌헬름센에 1억달러에 매각한 뒤 지난해 2월 기아차 지분 1.01%를 처음 매입했고 지난해 9월 본텍 지분 30%를 독일 지멘스에 매각하면서 마련한 570억원을 활용해 기아차 지분 0.98%를 추가로 사들였다. 정 사장의 남은 글로비스 지분은 31.88%로 한때 주식 평가액이 1조원에 달했었다. 현재 시가는 4500여억원으로 기아차 지분 8% 정도를 매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여서 기아차 지분만으로도 그룹 지배력을 확실히 다질 수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2006-03-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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