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그가 태어난 곳은 서울 창동이었다. 그런 그가 미국의 가정에 입양돼 설치미술을 공부하고 어엿한 작가가 돼 고향 창동에서 전시회를 가진다. 전시회의 타이틀 ‘Trauma(트라우마)’가 암시하듯 정신적 외상을 담고 있을 법한 망향가(望鄕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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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수 타일러(왼쪽)와 올리비아 흐레빅이 서울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21일부터 전시될 흐레빅의 작품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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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수 타일러(왼쪽)와 올리비아 흐레빅이 서울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21일부터 전시될 흐레빅의 작품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1975년 미국으로 입양된 킴수 타일러(한국명 조석희·36)는 ‘여기는 창동(This is ChangDong)’이란 설치 작품을 통해 그와 가족의 과거사 그리고 잊었던 30년의 역사를 예술적 공간에 끌어들였다. 한 여학생이 귀갓길에 포즈를 취한 모습을 담은 빛바랜 사진을 배경으로 3대의 액정화면이 작가의 자전적 기억과 역사, 현재의 창동 주변 모습 등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나를 알아보겠느냐.’고 묻는 친어머니 얼굴이 참 낯설었습니다. 한데 스튜디오에 입주하면서 백지상태였던 제 머릿속에 창동의 옛 모습과 사람들이 하나씩 살아나더라고요. 창동은 제가 태어난 곳이에요.”
타일러는 이번에 어머니와 할머니, 이모 등을 만났다. 작품 사진 속 여학생은 이모의 모습이다. 아직도 타일러는 어머니에게 ‘왜 저를 입양시켰나요.’라고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우리말을 모두 잊은 그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어머니에게 통역을 거쳐 물어보기는 싫다. 언젠가 서로를 좀더 이해하게 되고, 우리말을 조금이라도 하게 된다면 직접 묻고 싶단다.
타일러와 같은 타이틀의 전시회에 참가하는 올리비아 흐레빅(한국명 임선영.30)도 다섯 살에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며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그의 작품들은 입양아로 성장하면서 겪었을 법한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열망’으로 가득하다. 새하얀 벽에 새까만 검정 실루엣으로 표현된 다양한 형상의 동물과 사람 얼굴 그리고 식물들. 그림자가 숨기고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고자 하는 이번 작품은 곧 작가가 잊고 있던 자신을 찾아나가는 여정이랄 수 있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청소년기, 흐레빅은 “출발점이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등을 고민하면서 몹시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한국 방문은 지난 2003년과 200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2003년 첫 방문 때 친아버지를 만났다. 잦은 한국 방문인 만큼 그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은 유쾌한가 보다. 그래서 그의 이번 작품 타이틀도 ‘열망, 미지로의 쾌활한 여정’이다.
전시 개막일인 21일 오후 4시까지 스튜디오에 가면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통해 두 작가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28일까지인 전시는 그들이 국립현대미술관의 지원으로 3개월간 작업했던 서울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6-02-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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