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死연

안타까운 死연

최치봉 기자
입력 2006-01-04 00:00
수정 2006-01-0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 “지옥의 7년…”

사업실패를 비관하던 친형을 살해한 사실을 7년간 숨겨오다 경찰에 자수한 A모(32·서울 송파구)씨는 3일 “죽은 형이 꿈에 나타나고 환청에 시달리는 등 하루도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은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미지 확대


전북 임실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98년 전북 정읍과 충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다 연이어 부도를 낸 친형(당시 32세·의사)으로부터 “나를 죽이고 미리 들어놓은 보험금을 타서 가족이 받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A씨는 “무슨 소리냐.”며 계속 거절했으나 “도와주지 않아도 어차피 자살하겠다.”는 형의 설득에 넘어갔다. 그는 이어 지난 1998년 1월18일 새벽 1시30분 전북 임실군 덕치면의 국도에서 빌린 승용차로 형을 친 뒤 달아났으며 형은 사망했다. 죽은 형의 계획대로 형수(39)는 남편이 생전에 들어놓은 7억∼8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았으며,A씨도 보험금 중 5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이후 매일 밤 형이 꿈에 나타나고 수시로 환청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형이 수척한 모습으로 들어와 원망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무서운 표정으로 방문을 마구 두들기는 꿈에 시달렸다.”며 “평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도 ‘형을 죽인 놈’이라는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환청과 꿈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게 된 그는 성격마저 난폭해져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직장 동료와 걸핏하면 다툼을 벌였다.A씨는 결국 괴로움과 죄책감을 견디다 못하고 지난 1일 경찰에 자수, 친형을 죽인 사실을 털어놨으나 촉탁살인죄의 공소시효(7년)가 지난해 1월로 만료됨에 따라 불구속 입건돼 살인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만 추가로 조사를 받게 됐다.

임실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답답한 법…”



아버지로부터 자살하겠다는 전화를 받은 딸이 위치추적을 요청했으나 법 규정으로 인해 자살을 막지 못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미지 확대


3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6시쯤 정모(50)씨의 딸(21)은 아버지로부터 “남해 바닷가인데 먼저 떠난다. 미안하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정씨의 딸은 아버지가 삼촌과 친구에게도 같은 내용의 전화를 한 것을 확인하고 이날 오후 8시쯤 부산 사하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동통신사의 위치정보시스템을 통해 정씨의 위치를 찾기 위해 부산지검 당직검사에게 긴급통신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범죄 수사와 관련 없는 자살기도건에 대해서는 긴급통신 조회를 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다급해진 정씨의 딸은 119상황실에 신고를 하고 위치추적을 요청했으나 소방본부 역시 “자살시도는 긴급구조 요건에 해당되지 않으며 법 규정상 자살기도자 본인이 직접 위치추적을 의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정씨의 딸은 울먹이며 “아버지가 지금 목숨을 끊으려 한다. 법규 타령만 하지 말고 도와달라.”며 눈물로 하소연했지만 허사였다. 결국 오후 9시30분쯤 정씨의 딸은 아버지로부터 죽기 전 마지막 전화를 받은지 5시간 만인 2일 오전 2시30분쯤 경남 남해경찰서로부터 “자살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됐으니 확인하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제때 위치추적만 되었더라면 자살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에 자료제공을 요청하려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 뒤 영장이 발부되어야만 집행할 수 있으며, 자살 등 범죄수사와 연관이 없는 사안에 대해선 영장청구가 불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2006-01-04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인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