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중순 오후 4시쯤 당시 12살이던 신모양은 집에 혼자 있다 불쑥 찾아온 낯선 아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범인은 도망치다 문 앞에서 마침 이 집에 들른 신양의 고모와 마주쳤다. 수상하게 여긴 신양의 고모가 “누구냐.”고 물었지만 범인은 엉뚱한 이름을 대고 달아나버렸다. 신양과 고모는 곧 경찰서로 가서 “왼쪽 눈썹 앞머리에 작은 점이 있었다.”며 범인의 생김새와 옷차림새 등을 진술했다. 경찰은 100여명의 사진을 제시했지만 범인을 찾지 못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0개월쯤 지난 이듬해 6월 경찰은 여성의 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이모(36)씨를 체포해 수사하다 이씨의 왼쪽 눈썹 앞머리에 있는 작은 점을 발견하고 신양과 고모에게 이씨의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신양과 고모는 이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용의자 한 사람을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용의자의 사진 한 장만 목격자에게 제시하면 그가 범인이라는 암시를 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신양 등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 재판부는 범행 이후 10개월이 지나 목격자의 기억이 부정확할 수 있고 이씨가 사건 당일 회사에서 일을 한 것으로 작업일지에 기록된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3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1일 원심을 깨고 유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2005-12-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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