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할머니가 후처에게 빼앗긴 주민등록번호를 63년 만에 되찾아 한을 풀게 됐다.19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따르면 김모(93·여 서울 광진구)씨는 30살이 되던 지난 1942년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구박과 구타를 일삼는 남편을 피해 서울로 가출했고 남편은 후처를 얻었다.
그러나 남편은 김씨와의 법률혼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후처가 문맹이란 점을 이용해 김씨의 이름과 호적을 그대로 이용하고 주민등록증까지 발급받도록 했다. 이 때문에 김씨는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갖지 못하고 무적자 신세로 지금까지 살아오게 됐다. 특히 후처가 1994년 10월 사망하면서 주민등록이 직권말소돼 김씨는 주민등록상으로만 보면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김씨는 의료보험증 발급 등을 위해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1998년 주민등록증 발급을 요청한 것을 계기로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한 사람이 사망해 자신이 서류상으로 사망처리된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 이후 김씨는 주민등록이 말소된 전남 화순군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주민등록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백방으로 벌였으나 후처 사망신고 때 인우보증을 섰던 마을 이장까지 사망하는 바람에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김씨의 기막힌 민원을 접수한 국민고충처리위는 김씨의 지문을 채취, 이중등록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청에 신원조회를 의뢰했고 이중등록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7월13일 최종 통보받았다.
국민고충처리위는 이 결과를 근거로 거주지와 본적지 행정기관에 주민등록 신규 등록과 호적부에 등재된 주민등록번호 정정 기재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김씨는 63년 만에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2005-09-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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