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영장 없애려 수화기 들죠”

“불필요한 영장 없애려 수화기 들죠”

홍희경 기자
입력 2005-09-16 00:00
수정 2005-09-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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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영장전담 판사입니다.”

서울중앙지법 김재협·김득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하루에 한두 차례씩 구속영장 실질심사 대상자 집에 전화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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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협(왼쪽)·김득환 영장전담 부장판사
김재협(왼쪽)·김득환 영장전담 부장판사
피의자 가족들의 구속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발부 결정에 참고하려는 목적이다.1주일에 처리하는 구속영장이 40여건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성의와 시간이 필요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김득환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수사와 재판을 잘 받을 수 있도록 가족이 보호막이 돼 준다는 확신이 들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과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인신에 제한을 두는 구속·불구속 여부는 다른 문제라는 설명이다.

예기치 않게 전화로 가족을 찾아준 적도 있다. 대학 도서관을 돌며 물건을 훔치다 붙잡힌 서울의 한 국립대생 조모군은 체포될 당시 가출해 노숙생활을 하고 있었다.

‘주거불명’으로 구속을 피할 수 없었던 조씨의 부모에게도 재판부는 전화를 걸었다. 한달음에 달려와 선처를 애원하는 부모를 보고 재판부는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김재협 부장판사는 “법정에 혼자 외롭게 서 있는 피의자를 보며 가족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가끔 피의자를 내보내고 방청 온 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한다.”고 했다.

빌려준 돈을 못 받아 피의자를 고소한 피해자가 “며칠간 돈을 갚을 시간을 더 주고 싶다.”며 영장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 영장에는 “앞으로 피해자와 합의할 가능성이 있어 보여 기각한다.”고 사유를 적었다. 실제로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성을 보고 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이번 재판부에서 처음 시도됐다.

이런 시도는 가능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하겠다는 사법부의 방침과도 통한다.

그렇더라도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과 경제인 등 유명인사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전화를 걸지 않는다. 사할린 유전개발 의혹 사건의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 청계천변 개발의혹 사건의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 등에게는 영장이 발부됐다. 재판부는 “고위직 비위사건의 경우에는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영장발부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영장 실질심사는 판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변명을 하는 자리”라면서 “실질심사를 처음부터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판사는 “실질심사를 하면 전화도 더 많이 걸어야 되고 일도 늘어나겠지만, 영장전담부는 좀더 바빠도 된다.”고 했다.

이들은 현재 입법이 추진되고 있기는 하지만 “영장 실질심사 단계에서부터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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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5-09-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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