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두 겨드랑이에 낀 목발에 몸을 의지한 채 라켓을 휘두른다. 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보다 한뼘 가량 짧기 때문이다. 왼 손목을 빠르게 움직이며 득달같이 날아오는 탁구공을 받아내는 것도 모자라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구석구석 찌르는 드라이브에 탄성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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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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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훈씨
충남 태안군 동문리에 사는 박석훈(38)씨는 2살 때 소아마비로 오른 다리의 성장이 멈췄다. 팔힘이 없던 어린 시절에는 목발도 없이 아버지(작고)의 등에 업힌 채 학교에 다녔고 학교에선 앉아서 이동을 해야 했다. 친구들은 박씨를 무시하고 놀려댔다.
박씨가 탁구공을 만난 건 중학교 2학년 때. 몸은 불편했지만 마음에는 불편함이 없던 박씨에게 탁구는 몸을 부딪히지 않으면서도 운동량이 많고 활동반경이 크지 않아 목발을 짚고 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박씨는 9년 전 생업을 이어갈 조그만 귀금속 가게를 차린 뒤부터 본격적으로 탁구생활에 접어들었다. 변변한 탁구장 하나 없는 태안에서 인근 보령과 당진, 천안으로 일주일에 2∼3차례 원정다니며 혹독하게 연습했다. 오른 다리에 감각은 있어도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균형잡기가 어려웠지만 반복 훈련으로 나름의 적응 방법을 체득했다.
2001년부터 장애인 전국체전 탁구 개인전을 4연패했고 3년 전 대구에서 열린 비장애인들의 전국 오픈 탁구대회에서는 600∼700명 가운데 개인전 3등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박씨는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서울경인지역 탁구대회에서도 개인 3위와 복식 3위에 오르며 비장애인들의 박수갈채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박씨는 여전히 씁쓸할 때가 많다. 박씨에게 진 상대 비장애인 10명 가운데 7∼8명은 박씨가 마치 못할 짓을 한 것처럼 얼굴 색깔이 울그락불그락 변하는 것. 박씨는 “몸이 불편한 사람이랑 붙는데 어떻게 최선을 다하냐며 자기 패배를 합리화하는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그들에겐 장애인이 따뜻한 탁구 동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숨지었다.
박씨는 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당장은 불가능한 목표나 다름없다. 장애인올림픽에 나가려면 국제대회 성적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개인이 참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
박씨는 “나라에서 조금 지원해준다면 장애인들도 마음껏 자기 꿈을 펼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조용히 미소짓는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5-08-2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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