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없는 청소년수련관

청소년 없는 청소년수련관

김유영 기자
입력 2005-07-20 00:00
수정 2005-07-2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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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낮 서울 시립 서대문 청소년수련관. 로비에는 주부들과 유아들이 가득 차 있을 뿐 정작 청소년은 찾기 힘들었다. 수련관 체육센터에는 매달 2500여명의 수강생들이 몰리지만 대부분 성인들이다. 탈(脫)학교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에 17명이 등록했으며 청소년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자 역시 50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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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서울 시립 청소년수련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민간에 위탁운영되다 보니 적자를 피하기 위해 수영장·헬스 등 수익성 있는 부대사업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자치구당 청소년수련관을 한 곳 이상 지을 방침이지만 일부에서는 ‘무조건 짓고 보자.’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꼬집고 있다.

●반쪽짜리 청소년수련관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시내 청소년수련관 14곳의 청소년 이용률은 평균 50.9%(표 참조)에 그쳤다. 나머지는 대부분 청소년수련관이 운영하는 수영장·헬스 시설을 이용하는 성인들이다. 이명박 서울 시장도 최근 “청소년수련관에는 주부만 다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민간 청소년단체에 위탁운영하는 청소년수련관의 운영비는 연간 10억∼20억원 정도 들지만 시 지원금은 대개 3억원 안팎이다. 이에 따라 청소년수련관은 수영장·헬스 등 부대시설을 운영하면서 나머지 비용을 충당해야 하지만 최근 민간체육시설·구민체육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시설 노후화로 이마저도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

강남구 수서 청소년수련관은 인근 대왕중학교 체육시간에 수영장을 빌려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수련관 최영숙 관장은 “주변에 강남스포츠문화센터(구립)가 들어서면서 수영장 수강생들이 대거 빠져나가 올해 3억원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적자 운영을 피하기 위해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유료강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치구에 수련관 떠넘기기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내년까지 각 자치구에 청소년수련관을 한 곳 이상 건립하는 사업을 끝내는 한편 ‘서울시 청소년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시립 청소년수련관 운영권을 자치구에 넘기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시 이정호 청소년담당관은 “청소년수련관 운영의 효율성과 자율성을 위해 무상으로 자치구에 넘길 예정”이라며 “당분간 서울시가 지원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치구가 완전히 관할하게 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청소년시설협회는 “청소년수련관 운영이 어려워지자 수련관을 무상으로 각 자치구에 떠넘기려는 의도”라면서 “재정자립도가 취약해 청소년 관련 예산이 15억원 정도인 자치구가 연간 비용이 최소 10억원이 드는 청소년수련관을 맡는 것은 청소년 정책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반발했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전문가들은 청소년수련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가운데 청소년수련관을 짓는 것은 예산 낭비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청소년시설협회는 청소년수련관 운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청소년재단’(가칭)과 같은 전문기구를 설립해 부대시설 운영을 전담하고 각 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 관련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청소년문화교류센터 ‘미지(MIZY)’ 전성민 소장은 “전문경영자들이 아닌 청소년수련관 실무자들이 체육시설까지 운영하면서 수익창출에 신경써야 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청소년수련관의 본래 목적을 살리기 위해 경영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무용 부연구위원은 “주5일제가 전면시행된 데다 청소년위원회의 1522프로젝트(오후 3∼10시 사이 방과후 학교) 실시 등으로 청소년수련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교육청 등과 원활한 협조를 통해 일선 학교가 제공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청소년수련관이 담당하도록 하는 등 이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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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2005-07-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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