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내기골프 도박맞다”

87% “내기골프 도박맞다”

입력 2005-02-22 00:00
수정 2005-02-2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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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내기 골프는 도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오자 도박과 오락의 법적 해석과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 정서나 사회 통념과 어긋난 판결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이정렬 판사의 무죄 선고 배경은 화투나 카드처럼 승패의 결정적인 부분이 우연에 좌우된다면 도박이지만 운동경기인 내기 골프는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이 승패를 좌우해 도박이 아니라는 점이다. 형법 246조는 ‘도박이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행위’로 도박죄를 규정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화투와 포커뿐만 아니라 바둑, 장기, 투견 등도 도박성이 강하면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법원 역시 일관되게 유죄를 인정했다.2003년 10억원대의 내기 골프를 친 혐의로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에 대해 유죄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내기 골프가 도박이냐 아니냐를 법리적으로 쟁점화해 논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존 판례에서 일관되게 도박죄를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판사는 “과거 내기 골프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은 모두 내기 골프는 도박임을 규정하고 일시오락 및 상습성 여부만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박 회장 사건의 경우 당시 변호사조차도 내기 골프가 도박이 아니라는 논리가 아닌 일시오락과 상습성에 대해 항변했다.”면서 “대법원의 판례에서도 내기 골프의 도박적 성격에 대한 법리적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정서나 입맛에 맞게 판결한 것이 아니라 법리 검토에 따라 판단했다.”면서 “비판을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지만 상급심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는 참여 네티즌의 90.2%가 “운동경기만 도박에 예외일 수 없다.”며 판결에 반대했다. 네티즌들은 “‘상금’과 ‘판돈’을 구별 못하는가. 튀는 판사의 자의적 판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골프전문 사이트인 ‘golfsky.com’이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투표에서도 87.2%가 “도박이 맞다.”고 답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골프 역시 요행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내기 골프로 돈을 의도적으로 잃어주거나 재산을 양도하는 편법 행위도 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부장판사 출신의 중견 변호사는 “사법적 판단이 항상 상식이나 통념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며 중세 마녀재판이나 갈릴레이 재판처럼 상식과 통념이 완전하거나 옳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지배적 가치에 따라 판결한다면 상식의 결함이나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잃게 되고 법관의 역할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2005-02-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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