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유해… 삼풍때보다 더해”

“참혹한 유해… 삼풍때보다 더해”

입력 2005-01-10 00:00
수정 2005-01-10 06:2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헤아릴 수 없는 주검 속에서 어렵게 4구의 한국인을 확인했지만 아직 가족을 찾고 계신 분들에게는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지진해일 참사의 현장인 태국 푸껫에 파견됐던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감식반이 8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지난해 12월31일 출국한 이후 밤잠도 제대로 자지못한 채 수천구의 유해 사이에서 발이 붓도록 뛰어다녔지만, 박희찬(50) 경사는 거듭 “실종자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직도 가족 찾고 계신 유족들께 죄송

태국 정부는 현재 시신의 부패를 이유로 피해국에 감식작업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박 경사를 포함한 경찰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요원 4명은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박 경사는 경력 23년의 베테랑 수사관. 그동안 강력사건 현장에서 숱하게 시신을 상대했지만,“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도 이렇게 참혹하지는 않았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물이 빠지지 않은 잔해 속에 숨은 시신은 대부분 3∼4일이 지나서 발견됐다.30도가 넘는 무더위로 이미 시신의 부패가 상당 수준 진행된 상황에서 몇조각의 드라이아이스는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이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굼뜨기만 한 태국 정부의 일처리. 태국 정부는 ‘업무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등의 논리로 일부지역에서 외국 검시관의 접근을 봉쇄했다. 이 때문에 참사 당시 한국인이 적지않게 머무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카오락에서는 실종자 확인작업을 할 수 없었다.

태국정부 일처리 굼떠 검사활동 차질

박 경사는 “애타는 유가족을 위해 어떻게든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현지경찰을 피해 지문과 DNA 검사를 진행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들려주었다.

박 경사는 “11살짜리 아이의 시신 곁에 엄마의 시신을 나란히 눕혀 줄 수 있던 것이 그나마 슬프지만 가장 보람됐던 일”이라면서 “여건이 허락된다면 다시 현지로 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이 만리타국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5-01-10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