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뇌병변으로 오른쪽 팔다리가 불편한 재원(4)이는 서울 종로경찰서 생활안전과 서원석(43)경위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늦둥이 막내아들이다. 서 경위는 2002년 7월 서울 성북구에 있는 중증장애어린이보호시설 상락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재원이를 처음 만났다.3개월쯤 지나 천진난만한 재원이와 정이 들 무렵 수두에 걸린 재원이가 격리치료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 경위는 선뜻 상락원측에 “재원이를 우리 집에서 치료시키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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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부모 모임 '한사랑회'에 참여한 서원… 입양아 부모 모임 '한사랑회'에 참여한 서원석씨의 가족이 생일을 맞은 장애입양아 재원(왼쪽에서 두번째)이화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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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부모 모임 '한사랑회'에 참여한 서원…
입양아 부모 모임 '한사랑회'에 참여한 서원석씨의 가족이 생일을 맞은 장애입양아 재원(왼쪽에서 두번째)이화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열에 시달리던 재원이를 20일 정도 치료하던 서 경위는 문득 없어서는 안될 ‘내 아이’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인 김순희(43)씨, 두 아들 장원(17)·영원(11)이도 누구하나 반대없이 재원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주일에 두차례씩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재원이는 부모와 두형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전순걸(42)·신주련(42)부부의 막내 딸 아영(4)이 역시 선천성 뇌기형으로 무뇌증 증세를 앓고 있다.2000년 3월 생후 1개월된 아영이를 입양한 부부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그해 9월. 잦은 병치레를 하던 아영이에게 의사는 “정신지체로 말을 못하고 사지도 마비되는 등 갖은 장애를 안고 살아갈 아이”라고 진단했다. 전씨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24시간 아영이를 보살폈다.2002년 4월에는 신씨가 아영이를 치료하며 써내려간 일기집 ‘선물’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전씨는 “치료의 효과가 나타나는지 아영이가 조금씩 눈짓으로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런 모습 하나에도 우리 부부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16일 마포구 합정동 강당에서 국내 최초로 순수한 입양아 부모 모임인 ‘한사랑회’를 출범시켰다. 서 경위와 전씨 가족 등 국내 입양가정 60가족이 참여한 이 모임은 입양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홍보활동을 적극 펴나갈 예정이다.
회장을 맡은 전씨는 “아영이가 자랐을 때 입양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이렇게 나섰다.”고 밝혔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4-12-17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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