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등친 ‘유령 외국은행’

中企 등친 ‘유령 외국은행’

입력 2004-03-22 00:00
수정 200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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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를 틈타 유령 외국은행 한국지사를 설립한 뒤 대출을 미끼로 수백억원을 가로채려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이들의 수법이 정교해 북한과 중국의 기업들마저 속아넘어갔다.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1일 14개 중소기업에 1조 8000억원을 대출해준다고 속인 뒤 수고비 조로 9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최모(42·여)씨 등 2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했다.또 주범 이모(47)씨 등 2명을 수배했다.

“수고비 내면 연 4%에 융자”

주범 이씨는 2000년 11월 미국 뉴욕에 자본금 5억달러(한화 6000억원 상당)의 ‘밀레니엄 뱅크그룹’을 설립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신고서를 낸 뒤 이 은행의 한국지사라며 서울 명동에 사무실을 열었다.한글과 영어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국제금융·유가증권 인수,부동산 금융 등 종합금융회사로 1500억달러(한화 180조원)의 투자를 유치 중’이라고 선전했다.이들은 미국에 낸 신고서를 근거로 국내에서 상업등기를 했고,사업자등록증까지 받아 사무실에 걸어뒀다.찾아온 기업인에게는 “약간의 수고비만 내면 담보 없이 연 4%의 저리로 외자를 유치해 주겠다.”고 꾀었다.속아넘어간 부동산재개발 회사 대표는 3억달러(한화 3600억원)를 빌리는 조건으로 4억 1700만원을 주었고,약품회사 대표는 1억 5000만원을 냈다.피해자들이 이씨 등에게 주기로 약속한 돈은 모두 127억 7000만원에 달하는데,이 가운데 9억 2000만원은 실제로 전달됐다.

북한·중국 기업도 속았다

이들은 북한·중국의 기업에까지 손을 뻗쳤다.지난해 5월 북한 개성과 칠보산에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 계획을 추진하던 H관광기업 대표 유모(54)씨에게 3억달러(한화 36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해 1억원을 받았고,유씨는 중국인 중개인을 통해 북한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유씨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북한의 B사는 지난 2월18일 이씨 등 5명에게 초청장을 보냈고,이들은 통일부에 북한 방문 승인신청까지 냈다.또 평소 중국 기업들과 교류를 해오던 강모(42·구속)씨를 통해 중국 산시성 소재 물류회사인 D사에 1000만달러를 빌려주겠다고 속여 2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외국법인이 국내에서 등기를 할 때 법률전문가의 공증을 받게 하거나 해당국 상공인협의회 등의 확인을 거치게 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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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2004-03-22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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