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의 폭설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악몽 같은 현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설상가상으로 고철 파동에 탄핵 정국까지 겹쳐 피해 복구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정부에서는 응급복구율이 94%라고 주장하지만,피해 농민들은 완전 복구까지는 한참 멀었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충남 논산시 노티리 마을의 한 주민이 21일 무너진 비닐하우스 구조물을 철거하고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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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 노티리 마을의 한 주민이 21일 무너진 비닐하우스 구조물을 철거하고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
●완전 복구율 30%…지원인력 속속 이탈
폭설 피해가 집중된 충청남도는 응급 복구율이 94%라고 밝히고 있다.응급 복구는 비닐하우스에서 농작물을 임시로 출하할 수 있을 정도의 복구만을 의미한다.때문에 폭설 피해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는 완전 복구율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농민들은 호소한다.
충남 논산시 노성면 효죽리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노용섭(53)씨는 “딸기 하우스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기어다니며 딸기를 딸 정도”라면서 “여러 동의 하우스가 연결돼 일손이 많이 필요한 연동하우스와 양계장 등에는 지금껏 손을 못 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피해 농민들은 “당국이 공식·비공식으로 응급 복구율만 자꾸 강조하는 데다 탄핵정국으로 인해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푸념했다.부산 등지에서 지원나온 경찰 병력은 각종 집회와 주요 시설 경비를 위해 모두 돌아갔다.군인들도 독수리훈련 등을 위해 많이 빠져나갔다.한때 논산시 전체에 1350명이던 군 지원 병력은 현재 90여명에 불과하다.부산경찰청 소속 전경 407명을 포함해 경찰 병력은 최대 600명을 넘었는데 탄핵정국이 전개되면서 조금씩 빠져나가 현재는 거의 철수한 상태다.
지난 2주 동안 거의 매일 철야근무를 한 노성면사무소의 40대 후반 직원은 “완전복구율은 기껏해야 30% 정도”라면서 “관계당국이나 일부 언론에서 응급 복구율만을 강조하는 바람에 현지 사정을 모르는 외지인들은 복구가 다 끝난 줄 안다.”고 털어놨다.노성면 하도3리에서 만난 50대 농민은 “탄핵 때문에 우리만 죽어난다.”면서 “시위 막으러 철수한 전경들만 다시 투입되더라도 상당히 큰 힘이 될 텐데…”라고 한숨지었다.그는 “정치인들도 국회에서 싸우지만 말고 여기 와서 복구나 도와라.”고 말했다.
철제 파이프를 곧게 펴는 작업을 하던 주민 윤석효(52)씨는 폭설 피해 이전에 7000원 하던 철제 파이프를 1만 5000원에 구입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특별재해지역이 선포된 이후 복구에 사용하는 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정부가 발표했지만,아직 복구현장에는 효과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그는 “수박 묘종을 제때 심기 위해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싸게 사다 쓸 수밖에 없다.”면서 “그나마도 품귀현상을 빚어 어렵게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또 “고철파동까지 겹쳐 현찰을 들고 가도 철제 파이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했다.
같은 마을 조승현(53)씨는 방울토마토를 키우던 비닐하우스가 무너졌지만 그 안에 설치한 난방 보일러를 차마 끄지 못하고 있다.조씨는 “얼마 되지 않는 거라도 건지기 위해서”라고 허탈해했다.조씨는 “4000만원 융자를 받아 비닐하우스를 지었는데 모든 게 무너졌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육군 7공수여단 장병 40명이 자원봉사를 나온 노성면 하도3리에서는 인원 배분 문제를 놓고 피해 농민끼리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일손을 지원받지 못한 일부 딸기 재배농들이 “사람이 아직 더 필요하니 2,3명이라도 돕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력과 복구비 신속히 지원해야
폭설에 차광막이 무너진 인삼 농가도 마음이 급하다.지금까지 복구 작업이 비닐하우스에 치중돼 거의 인력 지원을 받지 못했다.인삼 새싹이 나오는 4월 초까지 모든 복구를 완료해야 하는 농민들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피해 농민들은 “각 농가가 이미 1억∼2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어 정부 방침에 따라 피해복구를 위한 융자를 새로 받더라도 갚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그나마 복구비가 아직 집행되지 않아,그 이전에 신용보증 확대 등 농협 융자조건을 완화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노성농협 조합장 김정흥(52)씨는 “아직 복구비가 피해 농가에까지 내려오지 않은 상황에서 농림수산업자를 상대로 한 신용 대출을 조금만 확대해줘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호소했다.
논산 김효섭 김준석기자 newworld@seoul.co.kr˝
2004-03-22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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