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국면 주도권 잡기 ‘강온 투트랙’

남북 대화국면 주도권 잡기 ‘강온 투트랙’

입력 2014-02-28 00:00
업데이트 2014-02-28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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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억류 선교사 평양회견 전격 공개, 밤엔 미사일 발사… 연이은 자극 속내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난 지 이틀 만인 27일 북한이 연이어 우리 정부를 자극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남북 대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강경 제스처라는 분석과 함께 한·미 군사연습 때문에 남북 간 긴장 상황이 재연되고 있음을 암시하려는 행동으로도 해석된다.

북한이 27일 오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국방부가 밝혔다. 사진은 2009년 1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북한군의 방사포 사격 훈련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7일 오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국방부가 밝혔다. 사진은 2009년 1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북한군의 방사포 사격 훈련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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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선교사 김정욱씨가 27일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에 사주를 받아 북한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잠입했고 이를 사죄한다고 밝히고 있다. 평양 AP 연합뉴스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씨가 27일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에 사주를 받아 북한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잠입했고 이를 사죄한다고 밝히고 있다.
평양 AP 연합뉴스
북한은 이날 낮 ‘국가정보원 첩자’로 주장하며 억류하고 있던 선교사 김정욱(51)씨의 존재를 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전격 공개했고, 오후 5시 42분엔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 우리 정부가 김씨 억류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한 지 40여분 뒤 일어난 군사 행위다.

하나는 민간인 억류이고 다른 하나는 군사적 도발 행위라는 점에서 두 사안의 성격은 다르지만, 시점상 남북대화가 재개된 분위기에서 잇따라 나온 행위라는 점에서 두 사안의 연결고리는 ‘대남 메시지’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남북대화와 군사대치 사안에서 모두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먼저 북한은 김씨의 억류 사실을 향후 남북대화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인도주의적 명분을 내세우며 김씨를 석방하고 자신들이 통 크게 이를 결정했다는 식으로 체제선전을 할 수 있다.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중국 단둥을 통해 북한에 들어간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8일 체포됐으며, 북한 정부와 체제를 전복할 계획이 있었다”면서 ‘사죄’ 형식으로 잘못을 시인한 만큼, 실제로 그가 북 실정법을 어기고 북한에 들어갔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협상의 여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남북대화를 위한 카드보다는 키리졸브 한·미 군사연습을 겨냥한 시위성 행위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 경비정이 24일 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세 차례 침범하며 우리 군의 NLL 대비 태세를 떠보려 했다는 분석의 연장선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는 의미다.

신성택 GK전략연구원 핵전략연구센터 소장은 “경비정의 NLL 침범이 도발이었다면, 동해안을 향해 쏜 단거리 미사일은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도발은 아니지만, 키리졸브 훈련 상황에서 우리를 오히려 더 자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훈련이 시작된 만큼 더 세게 자극해 보자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번 무력 시위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북한을 ‘악’(惡)이라고 규정하며 인권침해와 핵무기 개발프로그램 등을 비난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케리 국무장관은 MS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잔인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도 한·미 군사연습의 대응훈련으로 도발의 수준이 낮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과민 반응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남북 간 대화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신들이 약해서 남북대화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북한의 메시지”라며 “우리는 대화 국면에서 상대에 대한 자극을 자제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상대를 더 세게 압박하며 자신들을 과시하는 모습을 되풀이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으로서는 내부 결속의 의도도 있다”고 선을 그어 이 같은 북한의 자극에도 대화 국면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맥락에서, 선교사 김씨가 이날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나와 회색 죄수복 차림의 케네스 배와 같은 억류자들과는 달리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우리 정부가 향후 석방 협상에서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면 조기 석방과 같은 긍정적인 결과도 예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행동에 숨은 의도를 예의 주시하며 다시 긴장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을 즉각 보고하고 곧바로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위기관리센터에서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등과 함께 상황 보고를 받고 사태를 평가했으며, 감시 태세를 중심으로 점검 작업을 했다고 민경욱 대변인은 전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4-02-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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