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으로 얽힌 신구 권력… 文·尹도 오늘 ‘불편한 덕담’ 나눌까 [INTO]

악연으로 얽힌 신구 권력… 文·尹도 오늘 ‘불편한 덕담’ 나눌까 [INTO]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22-03-15 22:16
수정 2022-03-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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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이양 역사로 본 대통령·당선인 회동

朴, 친박계 공천학살에 MB와 갈등
정치적 일격 주고받은 노태우·YS
YS, 평생의 경쟁자 DJ에 “독재자”
盧·MB, 당선인 회동 때부터 잡음
DJ·盧만 사적 원한 없어 화기애애
‘적폐 수사 논란’ 文·尹 만남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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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8일 이명박(오른쪽) 전 대통령이 당시 당선인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서울신문 DB
2012년 12월 28일 이명박(오른쪽) 전 대통령이 당시 당선인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서울신문 DB
2012년 12월 28일. 청와대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후 9일 만에 만났다. 새누리당 소속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간의 첫 회동이었다. 이 대통령은 현관까지 내려와 “추운데 빨리 들어와요”라며 웃으며 인사했고, 박 당선인도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두 사람은 50분간 티타임을 함께 하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장면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2008년 총선 새누리당 공천에서 친이(친이명박)계가 친박(친박근혜)계를 ‘학살’하자 당시 박근혜 의원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이 대통령을 향해 정면으로 반발했다. 이런 구원(舊怨)을 뒤로하고 ‘저무는 권력’과 ‘뜨는 권력’은 결국 품위있게 마무리를 한 셈이지만, 한 번의 만남으로 마음속 앙금까지 지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같은 ‘정권 재창출’ 케이스에 해당하는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YS) 당선인의 관계는 더한 악연이었다. 1992년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은 YS가 ‘차별화’를 꾀하며 자신을 비판하자 ‘집권당 탈당’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YS에 일격을 가했다. YS는 크게 당황했지만, 결국 대선에서 승리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좋을 리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결국 퇴임 후 ‘12·12, 5·18 사건’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사법 처리됐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 김대중(DJ) 대통령 취임식에서 만난 YS를 감정적으로 노려보면서 악수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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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월 6일 김영삼(왼쪽) 전 대통령이 당시 당선인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새해 첫 주례회동을 가졌다. 서울신문 DB
1998년 1월 6일 김영삼(왼쪽) 전 대통령이 당시 당선인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새해 첫 주례회동을 가졌다.
서울신문 DB
평생의 경쟁자였던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인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 케이스였다. 이들은 부부동반 모임을 포함해 대선 이후 2차례 이상 만났다. 그러나 YS는 퇴임 후 DJ가 독재자라며 비난에 앞장섰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도 정권교체 케이스였다. 그해 12월 28일 대선 8일 만에 두 사람은 2시간 10분간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노 대통령이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라고 하자 이 당선인은 “문재인 (비서)실장님이 오셔서 화분까지 보내 주시고 해서 그때 잘 봤습니다”라고 답례했다. 겉으로는 ‘화기애애했다’고 전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은 이례적으로 이듬해 2월 18일 추가 회동을 했는데,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공감대를 찾지 못했고 양측에서 자신의 말을 흘렸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비극적 선택을 했고,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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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3일 김대중(오른쪽) 전 대통령이 당시 당선인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회동을 갖기에 앞서 건배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2002년 12월 23일 김대중(오른쪽) 전 대통령이 당시 당선인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회동을 갖기에 앞서 건배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유일하게 원만했던 관계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인이었다. 정권 재창출 케이스인 데다 두 사람 사이에 맺힌 원한도 없었다. 2002년 12월 23일, 김 대통령과 노 당선인이 대선 4일 만에 회동했다. 김 대통령은 청와대 현관에 서서 기다리다 노 당선인을 맞았고, 서로를 깍듯이 예우했다.

결국 ‘DJ·노무현’ 케이스를 빼곤 정권 재창출이든, 정권교체든 대부분의 권력 이양은 불편했던 역사를 우리 정치는 갖고 있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사이에 악연이 내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16일 낮 12시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는 오찬 회동을 한다.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2020년 6월 청와대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서 참석한 지 21개월 만이다. 원래 선연(善緣)으로 출발한 두 사람은 검찰개혁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 악연이 됐다. 더욱이 불과 한 달여 전 윤 당선인의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 발언으로 문 대통령이 발끈해 사과를 요구했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만남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대통령제의 원조인 미국도 정권교체 케이스엔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이 어색하다. 2016년 11월 10일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백악관에서 만났다. 악연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 덕담을 나눴지만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2011년 백악관 출입 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 국적 음모설’을 퍼뜨리는 트럼프를 놓고 조롱 섞인 유머를 구사하자 트럼프가 화난 표정을 지은 바 있다. 다만 한국과 다른 건 퇴임 후 ‘정치 보복’ 논란이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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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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