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성소수자 ‘한국판 부티지지’ 가능성은?

#30대 #성소수자 ‘한국판 부티지지’ 가능성은?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0-02-06 16:41
수정 2020-02-0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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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부티지지 전 사우스 벤드 시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피터 부티지지 전 사우스 벤드 시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30대 #성소수자 #정치 신인으로 요약되는 피터 부티지지(38) 전 사우스벤드 시장이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레이스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한국판 부티지지’가 나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0에 수렴한다. 세계 각국에서 정치권 세대교체와 다양성 바람이 부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무풍지대인 탓이다.

공직선거법 16조 4항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거에는 만 25세 이상이면 입후보할 수 있지만 대통령 선거만큼은 만 40세가 넘어야 후보라도 될 수 있다.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제한의 역사는 뿌리 깊다. 박정희의 5·16 군사정변 이듬해인 1962년 군정대통령제 5차 군정대통령제 개헌에서 40세가 명시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19년 대한민국임시헌법에서도 임시대통령 자격을 ‘만 40세 이상된 자’로 제한했다. 100년 넘게 40세 장벽이 굳건하게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우리보다 제한 연령이 낮은 경우가 많다. 미국은 대통령 취임일을 기준으로 만 35세 이상인 경우 출마할 수 있다. 프랑스는 만 18세 이상 시민이면 누구나 입후보할 수 있다.

개헌으로 대통령 피선거권 제한 연령이 낮아진다 가정하더라도 두 번째 장벽은 더 높다. 동성 배우자가 있는 부티지지가 미국 양대 정당인 민주당 경선에서 파란의 주인공이 된 것과 달리 한국 정치권에는 성소수자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2008년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 최현숙 성소수자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로는 처음으로 서울 종로에 출마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십수년이 흐르도록 성소수자가 선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일은 전무하다.

피터 부티지지(왼쪽) 전 사우스 벤드 시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민주당 코커스에서 자신의 동성 배우자 체스틴 부티지지와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피터 부티지지(왼쪽) 전 사우스 벤드 시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민주당 코커스에서 자신의 동성 배우자 체스틴 부티지지와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0년대 들어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대선후보 토론회 등에 단골로 등장하는 등 변화는 감지된다. 하지만 정의당 심상정 대표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에서의 동성결혼은 아직 이르다’는 게 기성 정치인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반면 해외 선진국에서는 성소수자인 것이 정치인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은 지 오래다. 아이슬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등에서는 동성애자 총리를 배출한 바 있다. 34세의 나이로 핀란드 최연소 총리가 돼 화제를 모은 산나 마린은 레즈비언 커플 아래서 자랐다.

인디애나주 작은 도시 시장 경력 정도가 전부인 부티지지가 수십년의 경력을 지닌 ‘정치 거인’들 사이에서 대등하게 겨루고 있는 것은 미국에서도 화제다. 그로 인해 미국에서는 정치 신인의 대권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보인다면, 국내 역대 대선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 다르다. ‘노풍’의 주인공 노무현 전 대통령, ‘안풍’을 불러왔던 안철수 전 의원 정도가 신선한 후보로 분류되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장관을 역임한 정치인이었고 안 전 의원은 정계 입문 당시 국민적 인지도를 갖고 출발한 바 있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티지지 돌풍은 미국 국민들이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지금 우리나라도 기성 정치 불신이 팽배한 만큼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40대의 젊은 정치인이 나온다면 기존 정치권에 자극을 가하는 돌풍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진보진영이라 할지라도 국내에서 성소수자 후보로 내세우기엔 자체적으로도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그 점만큼은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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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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