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vs 판사 출신 첫 대면… “경청하겠다” “밥 사겠다” 덕담

운동권 vs 판사 출신 첫 대면… “경청하겠다” “밥 사겠다” 덕담

손지은 기자
손지은 기자
입력 2019-05-09 23:08
수정 2019-05-10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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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한국 원내대표 뼈있는 상견례

이인영(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나경원(오른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인영(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나경원(오른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학생운동권 대표 출신인 이인영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법조 엘리트 출신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너무나 다른 삶의 궤적을 걸어왔다.

9일 두 사람의 첫 만남은 표면적으로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국회 정상화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협치’가 쉽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원내대표가 나 원내대표의 국회 집무실로 찾아가 인사했고, 나 원내대표는 세심한 배려로 예우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재킷을 입었고, 김정재 원내대변인도 ‘깔맞춤’으로 파란색을 입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의 빨간색 백드롭 아래 이 원내대표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가 푸른색 계열 옷을 착용한 진풍경이 나왔다. 나 원내대표가 “이 원내대표와는 역지사지해 보고 싶어서 민주당과 나름 비슷한 색의 재킷을 입었다”고 하자, 이 원내대표와 민주당 일행은 미소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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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먼저 발언을 이어 가는 동안 연신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이 원내대표는 “경선 직전에 우리가 국회에서 심각한 갈등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그걸 치유하고자 어떤 지혜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스스로 여러 번 자문했다”며 “진심으로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와 5·18 별법 개정안 처리 이야기를 꺼내자 나 원내대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난 나 원내대표는 “제가 그동안은 ‘형님’들을 모시고 여야 협상을 했는데 이제 동생이 왔다”며 “정말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며 다시 미소를 보였다. 이 원내대표도 “직장과 부서가 서로 달랐지만 나 원내대표는 굉장히 합리적인 보수의 길을 가실 수 있는 분, 개혁적 보수의 길을 갈 수 있는 분으로 생각해 왔다”며 나 원내대표를 치켜세웠다.

덕담이 오가는 가운데 다른 참석자들의 신경전도 나왔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에게 “박찬대 의원님이 ‘그날 밤’ 활동을 많이 하셨다”고 운을 뗐다. 정 원내수석이 언급한 ‘그날 밤’은 지난달 30일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을 저지하고자 한국당이 국회 본청 의안과를 점거한 날이다. 당시 박 원내대변인은 ‘빠루’ 대열 맨 앞에 섰고 한국당에 고발당했다.

비공개 회동을 포함해 20여분간의 짧은 상견례를 마친 두 사람은 “첫술에 배부르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첫 만남에서는 배부를 합의가 없었다는 얘기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5월 임시국회를 열자고 한국당에 제안했으나 그에 대한 답은 없었다”며 “나 원내대표도 차차 의논해 방법을 찾아보자, 시간을 갖고 해결해 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당에서 포항 지진 관련 법안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빨리 처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국문과 83학번인 이 원내대표는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었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결성을 이끌어 초대 의장을 맡았다. 늘 최루탄 가스에 둘러싸여 캠퍼스 생활을 했던 이 원내대표와 달리 나 원내대표는 서울대 법대에서도 손꼽히는 엘리트였다.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나 원내대표는 2000년까지 판사 생활을 한 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발탁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잇따라 예방했다. 하지만 이미 김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혔고, 장 원내대표도 임기가 만료돼 국회 상황을 심도 있게 논의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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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9-05-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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