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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화두로 한국 발전상 홍보…北민심 파고드는 확성기

‘팥빙수’ 화두로 한국 발전상 홍보…北민심 파고드는 확성기

입력 2016-07-06 07:25
업데이트 2016-07-0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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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을 차우셰스쿠에 비유…“체제비판 강도 높일 것”

대북 확성기. 서울신문DB
대북 확성기. 서울신문DB
“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지난 4일 낮, 남·북한군이 대치하는 비무장지대(DMZ)에 가수 윤종신의 노래 ‘팥빙수’가 울려 퍼졌다.

우리 군이 최전방 지역에서 운용 중인 대북 확성기 방송이 대북 심리전 라디오 방송 ‘자유의 소리’를 북쪽을 향해 그대로 내보낸 것이다.

팥빙수를 만들어 먹는 과정을 하나하나 묘사한 윤종신의 노래는 초여름 더위 속에 경계 근무를 하는 신세대 북한 군인들의 마음을 파고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남녀 앵커는 한국의 팥빙수가 동남아시아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를 ‘빙수 한류 열풍’으로 소개했다. 한국의 빙수 카페 ‘설빙’이 태국 주요 도시에 매장을 설치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여름철에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재인 팥빙수를 화두로 삼아 한국의 발전상을 홍보한 것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신세대 북한 군인들의 귀를 사로잡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 군은 2004년 6월 남북한 합의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으나 작년 8월 북한의 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대북 확성기를 11년 만에 가동했다. 남북한 ‘8·25 합의’로 확성기 방송은 중단됐으나 올해 초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군은 다시 확성기를 틀었다.

과거 대북 확성기 방송은 딱딱한 이념적 내용이 주를 이뤘으나 지금은 최신가요와 라디오 드라마를 포함한 연성 콘텐츠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신세대 북한 군인들의 마음을 정조준해 호소력을 높인 것이다.

그러나 대북 확성기가 DMZ 너머 북한군을 향해 송출하는 연성 콘텐츠에는 비수와 같은 김정은 체제 비판이 숨어 있다.

윤종신의 노래 ‘팥빙수’를 내보내기 직전, 대북 확성기 방송은 김정은 체제를 ‘독재권력’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유의 소리 방송 여성 앵커는 “북한 정권과 독재자 김정은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는 이유는 여러분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저 자신의 독재권력을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사리사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앵커는 북한이 지난달 22일 감행한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도 거론하고 “북한이 수차례에 걸친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패에 이어 또다시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을 감행한 것은 국제사회 규정을 위반한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1980년대 말 루마니아 공산정권 몰락 당시 처형당한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를 언급하며 “차우셰스쿠 같은 비참한 종말을 맞을 것인지, 새로운 세상으로 한걸음 나설지, 김정은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군은 올해 안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2배로 늘림과 동시에 내용 면에서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대북 확성기 시설을 늘려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것”이라며 “최전방 지역의 북한 군인들에게 김정은의 치부가 비수처럼 꽂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군이 새로 도입하는 대북 확성기는 기존 확성기보다 성능 면에서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지난 4월 초 고정식 확성기 24대와 이동식 확성기 16대 입찰 공고에서 10㎞ 떨어진 곳에서 방송이 명료하게 들려야 한다고 밝혔고 납품 업체는 이 기준을 충족했다.

대북 확성기는 야간에 출력을 최대로 높일 경우 전방 20여㎞ 떨어진 곳까지 음향을 송출할 수 있다. 군사분계선(MDL)에서 10여㎞ 떨어진 곳에 있는 개성 주민들도 확성기 방송을 충분히 들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자 북한군도 확성기를 틀어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북한군의 확성기는 출력이 약해 최전방에 배치된 우리 군에도 방송 내용이 잘 들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북한군의 확성기는 남쪽에서 송출되는 대북 확성기 음향을 교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상당한 심리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확성기 성능과 방송 내용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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