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후보 명단에 ‘재외국민·재외동포는 없다’

20대 총선 후보 명단에 ‘재외국민·재외동포는 없다’

입력 2016-03-23 10:10
수정 2016-03-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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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배신이자 무시하는 처사”

“혹시나 하고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봤더니 역시였어요. 재외선거는 있는데 재외국민·재외동포는 없는 상황입니다. 말이 안 됩니다.”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발표하고 난 후 재외동포 전문가와 각국 한인들이 실망하고 허탈해하면서 이구동성으로 내뱉은 말이다.

독일 뮌헨한인회장을 지낸 이효정 전 세계한인여성유권자총연합회장은 “여야 정치인들이 동포사회를 방문할 때마다 비례대표 최소 1석은 배려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정작 뚜껑을 여니 결국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배신행위자 재외동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백경락 전 캐나다 토론토한인회장은 “많은 정치인이 토론토에 와서 여러 이야기를 하고 갔지만 결국은 선거에 이용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본다”며 “20대 총선에서도 우리가 배제된 것은 재외동포는 선거 결과를 좌우할 만한 변수가 안 된다는 취급을 받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20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상황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43명, 새누리당은 45명이다. 88명의 면면을 보면 당직자를 포함해 여성·노동·청년·장애인 등 부문별 ‘몫’을 배정해 추천했다.

그러나 후보자들 이력을 살펴보면 ‘재외국민’, ‘재외동포’와 관련한 인물은 단 1명도 없다. 당 대표들이 동포사회를 방문할 때마다 “재외동포 몫으로 최소 1석은 배려하겠다”고 한 약속이 말치레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대 총선에는 재외동포 사회에서 더불어민주당 2명, 새누리당 8명 등이 기대를 안고 여야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했다.

남문기(61) 미국 뉴스타부동산 그룹 회장은 “이제는 720만 재외동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나올 때가 됐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포사회와 모국에 기여하고 싶다”며 새누리당에 후보 신청을 했다가 좌절했다.

남 회장은 “할 말이 없다. 섭섭할 뿐”이라고 털어놓으면서 “재외선거권자의 등록률과 투표율이 낮아서, 표가 얼마 되지 않아서 동포들이 무시당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고 ‘뽑을 사람(재외국민을 대표하는 후보)이 없는데 누가 왜 투표를 하겠느냐’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재외동포를 끌어안고 가야 하는 것이 시대 숙명이고 민족 과제”라고 강조했다.

린다 한 세계한인여성회장협의회 총재는 “한국 정치권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 이번에도 재미동포들의 국회 진출이 무산됐다”며 “결국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는 만큼 대선 때 유권자 등록 운동을 펼쳐 50만∼60만 명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자”고 독려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등록한 재외유권자 수는 총 15만 4천217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는 전체 추정 재외선거권자(198만여 명)의 7.8%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 가운데 국외부재자가 11만 144명, 재외선거인은 4만 4천73명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재외동포 사회를 오랫동안 대변해온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창영 새누리당 의원은 대륙별 한인회장단·각국 한인회장 등으로부터 대대적인 비례대표 추천을 받았지만 탈락했다. 김 의원은 뒤늦게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남갑에 전략 공천됐다.

재외한인학회장을 지낸 이진영 인하대 교수는 “재외동포와 관련 있는 인사는 전혀 없다. 결과적으로 재외동포 문제는 뒷순위로 밀렸음을 의미한다”며 “20대 국회에서 재외동포를 대변해줄 의원이 없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정치권이 재외동포를 고려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비례대표 후보 신청자 가운데 인물이 없었던 건 아닌지 냉철하게 판단해볼 필요도 있다”면서 “대표선수를 키워내는 것도 이제는 재외동포 사회의 몫”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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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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