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 why] 선거판에 부는 ‘유네스코 등재’ 공약 열풍

[정치뉴스 why] 선거판에 부는 ‘유네스코 등재’ 공약 열풍

입력 2014-03-25 00:00
수정 2014-03-25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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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브랜드화… 경제효과 커

6·4 지방선거 후보들이 너도나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공약을 내놓고 있다. 지역 내 문화·역사 유적 등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거나 임기 중에 세계유산 등재를 주요 업적으로 내세우는 등 그야말로 ‘열풍’ 수준이다. 이미 세계유산 등재가 지방자치단체에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를 학습한 후보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계유산 관련 공약은 현실화가 어려워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24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등재시킨 세계유산은 ‘해인사 장경판전’ 등 10건이다. 세계유산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선정하는 것으로 지난해 6월 기준 전 세계에 총 981점이 등재돼 있다.

지방선거 후보들이 세계유산 등재 공약을 내놓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 브랜드’ 때문이다. 지역에 있는 유산, 유적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도시의 국제 지명도가 높아지고 ‘글로벌 도시’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이에 따라 관광객 증가,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 효과를 누리게 되며 유산 관리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후보들로서는 새로운 지역 경제 동력으로 ‘문화 콘텐츠 산업’을 내세울 수 있는 명분도 얻게 된다. 표심을 자극할 모든 요소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첫 정책공약 발표 자리에서 서울 사대문 안 전체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토록 추진한다고 공약했다.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정병국 의원도 같은 날 비무장지대(DMZ)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무령왕릉과 공산성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고 공약했다.

재선 출마를 선언한 강운태 광주시장은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또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양도성이 세계유산 후보 목록인 ‘잠재목록’에 올라간 것을 주요 업적으로 꼽았다.

앞으로 지방선거가 무르익어 후보들이 정책공약을 본격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하면 세계유산 등재 공약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유산 등재가 이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 하회·양동마을 이후 세계유산 등재 실적이 몇 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잠재목록에 먼저 등재돼야 하고 이 중 매년 1건을 가지고 등재 신청을 하는데 현재 잠재목록에만 18건이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소장은 “현재 잠정목록도 준비가 안 돼 등재를 못 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세계유산 등재 공약은 포퓰리즘일 뿐”이라며 “세계유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전에 지자체 문화재 관리에 관한 비전부터 말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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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4-03-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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