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25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휴대전화는 하루종일 똑같은 소리만 되풀이했다. 그의 보좌관은 “오늘 딱 하루만 지역구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귀띔했다. 올해 회계연도 종료까지 불과 엿새 남겨둔 시점까지도 예산안 대치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 여당 원내사령탑의 ‘외부와의 단절’은 ‘여유’보다는 ‘심사숙고’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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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꺼놓고 심사숙고
한나라당은 지난 17일 민주당의 예결위 회의장 점거 이후 끊임없이 협상을 요구해왔다. 비록 ‘어설픈 제안’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대통령+여야 대표’ 회담을 먼저 제안했고 최근에는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2+2 회담’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게다가 여야간 쟁점으로 부상한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관련 이자보전비 800억원의 일부 삭감, 보(洑) 설치공사 예산의 일부 축소 의사를 밝히며 진정성도 보였다.
한나라당과 안 원내대표로선 ‘할 만큼 했다.’고 내세울 만하다. 또 이명박 정부의 핵심정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지켜내야 한다는 절실함과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당 안팎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예산안 강행처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이미 갖춘 셈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 속에 무작정 강행처리에 나섰다간 여야간 물리적 충돌과 정국 급랭이 불을 보듯 뻔해 그에 따른 책임을 원내 사령탑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예산에 반영하는 계수조정 작업을 포기해야 하는 부담도 떨칠 수 없다. 더불어 ‘보의 개수, 높이, 준설량’을 대야(對野) 협상 조건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당내 권영세·김무성·남경필·이한구 의원 등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 신임이유는 강성기질”
안 원내대표의 고민이 깊은 이유다. 다만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안 원내대표가 당내 신임을 얻는 이유는 특유의 강성 기질에 있다.”면서 “부담이 겹치지만 결국 준예산 편성에 따른 폐해를 막는 게 최우선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2009-12-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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