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땅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남편과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이번 기회에 아내에게 좋은 구경을 시켜주려고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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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까지 6시간이나 걸렸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여의도의 고층 빌딩과 장엄한 국회의사당의 모습에 아내는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다.22개월된 아들 상민이는 대통령 취임식 날인 줄 아는지 모르는지 북적이는 사람을 그저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전남 목포에 사는 박종명(47)씨 가족이 25일 오전 대통령 취임식장을 찾았다. 박씨 가족은 아내 부디항(32)이 베트남 출신인 ‘다문화 가족’이다. 목포의 한 정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박씨가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까지 찾아온 이유는 타국 땅에서 마음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서라고 했다. 고된 일 때문에 평소 가족과 나들이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박씨는 아내에게 그저 ‘좋은 구경’을 시켜주고 싶어 취임식 참가 신청을 하게 됐다.
“TV에서 연설만 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요. 아내에게도 한국은 제 2의 고향일 텐데 대통령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전날 밤 늦게 서울에 도착한 박씨 가족은 여의도 근처 모텔에 투숙하며 취임식이 열리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긴 시간 차를 몰았지만,“취임식을 볼 생각에 피로가 싹 가셨다.”고 박씨는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박씨는 2005년 베트남에서 온 부디항과 한국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고향이 그리울 법도 하지만 내색없이 열심히 내조하는 아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힘든 거 있어요. 한쿡 날씨∼너무너무 추워요. 겨울 너무 추워요. 베트남 음식 그리워요.” 어설픈 한국말로 타지 생활의 어려움을 말하는 부디항을 박씨가 물끄러미 쳐다봤다.
사시사철 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베트남에서 온 아내는 3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겨울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시어머니가 잘 해주셔서 힘들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넉넉히 벌어다주지 못해 아내가 고생이죠. 많이 미안합니다. 아이 키우려니 허리가 휘어지네요. 육아비용이 한 달에 100만원이 넘습니다.”
박씨는 요즘 육아 문제로 고민이 많다. 수만원을 호가하는 분유, 기저기 가격은 박씨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쪼들리게 한다.‘아이는 부모가 아니라 돈이 키운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줄이기도 쉽지 않다.
“서민들이 넉넉히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믿고 뽑아줬으니 새 대통령도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셔야죠.”새 대통령을 향한 박씨의 바람은 소박했다.
글 사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8-02-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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