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 “DJ납치 조기발표 원했지만…”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 “DJ납치 조기발표 원했지만…”

구혜영 기자
입력 2007-10-25 00:00
수정 2007-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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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을 뛰어넘어 권력기관이 부당하게 통제했던 어두운 역사를 밝히고 싶었다.”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의 안병욱 위원장은 24일 이 같은 바람으로 임기 3년의 고별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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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욱 진실화해위 위원장
안병욱 진실화해위 위원장
진실위는 지난 2004년 11월2일, 과거 공권력이 자행한 인권 침해나 불법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국정원 산하 국가기관으로 출범했다.7대 의혹사건 조사를 시작으로 불행했던 과거사의 굴레를 벗어나는 데 주력했다. 이날 김대중 납치사건과 KAL 858기 폭파사건을 끝으로 그동안의 활동을 마무리지었다.

안 위원장은 “지난 3년 동안 처음 기대와 희망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많은 제약과 한계 속에서 이 정도 성과를 낸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자평했다. 진실위는 출범 당시 계획을 ▲진실·책임소재 규명 ▲피해자 명예회복 ▲기념사업 등의 단계로 제시했다.

진실위는 그동안 막연한 심증에만 머물러 온 국가기관의 권력 남용 실태를 파헤쳤다. 인혁당·민청학련 사건의 경우, 미흡하지만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혁당 사건은 지난 1월 유가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동백림 사건은 ‘박정희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간첩단 사건’으로 결론내, 고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씨가 40년 만에 입국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의 평가대로 한계도 적지 않았다. 관련자들의 진실 고백에 의존하다보니 사건 당사자들이 생존해있지 않을 경우 조사가 여의치 않았다. 자료접근권과 조사권은 있지만 수사권이 없어 당사자가 진술을 거부할 경우, 속수무책이었다.KAL기 폭파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현희씨는 끝내 면담에 응하지 않았다.

이어 안 위원장은 “대다수 사건의 관련문서가 없거나, 남아 있더라도 없애버리는 등 원천적인 한계를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사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치권의 반발 때문에 힘이 빠졌다는 고백도 이어졌다. 부일장학회 헌납사건과 김대중 납치사건이 대표적이다. 김대중 납치사건은 조기 발표할 수 있었지만 한·일관계를 우려하는 정부 입장 때문에 3년을 꼬박 채웠다고 한다. 안 위원장의 기억 속에 가장 힘들었다고 소개한 사건이다. 그는 “개별 사건의 이해 당사자들은 이 정도 결과에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3년 작업에 그칠 일이 아니다.”면서 “국가기관의 부끄러운 과거 고백이 수용될 수 있는 제도와 풍토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07-10-2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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