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37)·김지나(32)씨의 귀국 다음날인 18일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사태가 한달을 맞았다. 그러나 16일 재개된 탈레반과의 대면접촉이 성과도 없이 끝났고, 차기회담 날짜도 잡지 못해 남은 인질 19명의 석방을 위한 협상이 또 고비를 맞았다.
●수감자 석방 철회 명분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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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로서는 탈레반의 수감자 석방 요구를 철회시킬 명분을 줄 수 있을지가 숙제로 여겨진다. 탈레반이 한국과의 접촉은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한국이 이런 명분을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있다. 따라서 탈레반이 언제든지 협상재개 일정을 잡는다면 인질 석방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탈레반 협상단 물라 나스룰라는 아프간 정부와 미국의 반대 때문에 대면접촉이 성과를 보이기 어렵다고 밝히고, 한국 협상단의 얼굴에서 심한 괴로움을 읽을 수 있다고 덧붙여 한국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즉 탈레반 역시 한국과의 대면접촉이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태를 더 장기화시키는 것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불러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인질의 추가희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탈레반 지도부는 석방요구 수감자 숫자와 명단 결정권을 협상단에 위임하는 등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우리의 카드는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아프간 정부에 당사자로서 결자해지 심정으로 수감자 석방을 요청할 수도 있다. 탈레반이 물러설 명분을 아프간 정부가 주도록 압박한다는 뜻이다. 형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끝났는 데도 풀려나지 못한 수감자를 석방한다든지 보석을 허용하는 것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아프간 정부 입장에서는 여성인질을 석방한 뒤 남성 인질 5명을 풀어주면서 탈레반 수감자 5명의 석방을 비공개로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탈레반의 실리를 살려주면서 미국이나 연합국에는 탈레반과 거래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몸값을 치르는 것이다. 탈레반의 일관된 부인에도 불구, 몸값 지불을 통한 인질 석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전면에 내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나간 고비들
두 김씨가 억류 29일 만이자 출국 35일 만인 17일 풀려나기까지 고비는 숱했다. 석방은 10∼11일 이틀에 걸친 대면접촉의 열매다. 하지만 탈레반이 여성 2명을 적신월사에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진 12일에는 탈레반의 석방보류 선언으로 피를 말리기도 했다. 앞서 7일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 주지사는 “한국 대표단과 탈레반 협상단이 이틀 안으로 대면접촉 장소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좋은 징조로 받아들여졌다. 마침내 “대면협상 이전엔 살해계획 없다.”는 청신호를 탈레반이 보낸 뒤 2명 석방에 이르렀다. 그 이전엔 피말리는 고비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28일 탈레반은 유정화(39)씨의 “차례차례로 죽이겠답니다.”는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려주더니 30일 “여성 인질들도 살해할 수 있다.”며 위협했다.31일엔 심성민(29)씨가 배형규(42) 목사에 이어 두번째로 희생되는 충격이 있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07-08-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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