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정책은 없고 공방만 있다] 정쟁에 속타는 여야초선

[국감-정책은 없고 공방만 있다] 정쟁에 속타는 여야초선

입력 2004-10-11 00:00
수정 2004-10-1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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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여야간 정쟁(政爭)의 무대로 전락하면서 대다수 여야 의원들도 한숨짓고 있다.지난 몇 달간 밤 새워 국감을 준비했건만 여야 지도부의 정쟁에 가려 누구 하나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이다.특히 첫 국정감사를 맞아 각오를 다져온 187명의 초선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모습이다.

“이거 어떻게 준비한건데….아휴 속이 터져요,터져.”

사장되는 국감자료
  국정감사가 여야간 정쟁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그동안 애써 준비한 의원들의 국감자료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폐기되고 있다.사진은 지난 8일 국회 청소대행회사 직원들이 국감 질의자료들을 수거,폐기하는 모습.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사장되는 국감자료
국정감사가 여야간 정쟁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그동안 애써 준비한 의원들의 국감자료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폐기되고 있다.사진은 지난 8일 국회 청소대행회사 직원들이 국감 질의자료들을 수거,폐기하는 모습.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국회 재경위 소속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은 10일 기자 전화를 받고는 발을 동동 굴렀다.지난 두 달간 공 들인 국감 질의가 정쟁에 묻혀 언론에 단 한줄도 보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내용은 외교통상부와 한국조폐공사의 불량여권 제작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 의원은 “1998년 이후 400만개의 불량여권이 제작,배포됐는데 외교부와 조폐공사가 지금껏 쉬쉬하면서 은폐해 베트남에서 불량여권 때문에 입국을 거부당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당 지도부가 좋은 정책자료를 취합해 홍보하지는 않고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다.언론도 그래선 안된다.정책국감 하라면서 왜 정쟁만 보도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산자위 소속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공들인 자료가 대부분 정쟁에 묻혔다.벽을 느낀다.”고 한숨지었다.한국수력원자력(주) 국감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의 지연으로 1가구당 매달 1만 7000원씩의 부담금이 발생하는 사례를 들어 국책사업 지연에 대한 본질적 해법으로 대상 지역주민을 상대로 의견을 묻는 ‘글로벌 메커니즘’ 방식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고 동강의 오염된 물을 녹차로 오해하고 마신 가십만 부각됐다는 것이다.

교육위의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은 “지난 5일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친북 교과서 파동’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지난 석달 동안 심혈을 기울인 ‘학제 개혁안’이 몽땅 묻혀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보건복지위의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진보국감,정책국감을 표방하며 일찌감치 시민 사회단체와 함께 준비했던 내용이 두 거대정당의 싸움에 모두 휴지조각이 돼버렸다.”고 원망했다.그는 “언론 역시 정책은 철저히 외면한 채 공방만 보도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국감이 끝나면 언론은 분명 구태 운운하며 또다시 정치권을 비판할 것”이라고 언론에도 화살을 돌렸다.

진경호 박록삼기자 jade@seoul.co.kr

초반 구태 사례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는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정책 국감이 활성화되고 문답 방식을 도입해 국감이 밀도 있게 진행되는 등 이전에 견줘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하지만 한편에서는 기선제압용 고성과 고압적 질의는 물론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무성의한 자료 제출 등 여야 의원과 피감기관들 사이에 여전히 구태의연한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파이 발언’ 논란과 설전으로 12시간 이상 공전된 7일 국방위는 ‘소모전’이라는 구태의 전형적 사례로 꼽는다.여야의 싸움 때문에 답변하러 온 군 장성 십여명은 하루종일 아무 일도 못하고 기다려야만 했다.회의 시한을 넘기기 5분 전인 밤 11시55분에 상임위를 속개해 15분 만에 얼렁뚱땅 진행하고 끝낸 것도 이전 국감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5일 문화관광위 국감을 치른 한국관광공사는 노사 모두 ‘분노’에 휩싸였다고 한다.상대는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1급 이상 임직원들을 일어서게 한 뒤 3분 동안 나이·월급·업무 등을 묻고 ‘능력’운운하며 ‘인격 모독’에 가까운 내용을 질의했다.노조 차원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6일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질의를 하던 산자위 소속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마이크가 잘못돼 스피커에서 굉음이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들에게 “너희들 이래도 돼,사장 너 죽을래.”라고 고함쳐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4일 문화관광부 국감장에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국정홍보처가 문화관광부의 산하기관인 줄 알고 잘못 질의했다가 취소한 적도 있다.

보건복지위 소속의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8일 ‘감기환자 항생제 처방률이 99%라니’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하지만 3개 의원만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5만여개 전체 의료기관의 평균율인 것처럼 과대 해석한 것으로 나타나 구설에 올랐다.

피감 기관의 무책임한 자료 제출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문광위 소속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지난해 열린 제주평화축전을 실패한 남북협력 행사로 판단,축전준비위원회와 문화방송의 계약자료 등을 제출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종수 김상연기자 vielee@seoul.co.kr
2004-10-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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