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생각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떡이다. ‘밥 위에 떡’이라는 속담이 있듯 떡은 명절이나 잔치에서 빼놓으려야 빼놓을 수 없는 전통 먹거리다. 그리고 떡 중의 떡은 뭐니뭐니 해도 절편이다. 떡에 무늬를 새긴 절편, 일명 ‘도장떡’은 떡 중에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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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 과정은 가장 섬세한 작업이다. 떡에 무늬가 선명하게 찍히기 위해선 떡살의 깊이, 각도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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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석 장인 작업실 한쪽에 떡살 제작대가 있다. 김씨는 이곳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동안 떡살 제작에 힘쓴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옛말도 그러고 보면 괜히 생긴 게 아닌 듯하다. 떡의 표면에 무늬를 찍는 도구가 ‘떡살’. 옛날 어르신들은 절편에다 떡살로 꾹꾹 무늬를 눌러 찍는 것을 “살 박는다”고 했다. 떡살을 눌러 무늬를 만드는 손끝마다 살뜰히 가슴속 깊은 염원을 담기도 했다. 떡살의 무늬에도 의미가 다 제각각. 꽃무늬는 부귀영화, 수레바퀴는 만사형통, 방패 모양은 액막이를 상징했다. 회갑 떡에는 장수, 결혼식에는 다산의 의미를 그득 담은 떡살을 썼다.
전남 함평 출생의 전남무형문화재 제56호 목조각장(떡살 다식판 부문) 김규석씨. 30여년 동안 떡살을 만들어 우리 전통 문양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남도 음식 연구가였던 고(故) 이연채 선생을 만나 그는 떡살을 만드는 기술을 배우며 한평생 떡살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떡살 제작에는 문양을 새기는 기술과 목재를 고르는 눈썰미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양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새기는 것”이라고 한다. 떡에 어떤 무늬를 새기냐에 따라 떡에 담긴 의미와 쓰임새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떡살 문양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자 고려시대 문양의 역사에서부터 풍수, 음양오행, 사주 등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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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석 장인이 제작한 정방형 떡살. 김씨가 제작한 떡살은 같은 무늬가 없다.
떡살 하나를 만드는 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 잊혀진 전통 문양을 끈질기게 찾아내는 그는 떡살과 다식판에 대한 이론과 작품을 정리한 책 ‘소중한 우리 떡살’과 ‘아름다운 떡살무늬’를 출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음양오행과 자연의 이치에 맞게 수작업으로 완성한 작품에다 무늬의 의미까지 소상히 설명하고 목조각의 여러 기법과 전통무늬를 담은 548쪽 분량의 ‘김규석 목공예’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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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소재 떡 박물관에서 떡살을 이용해 떡 무늬를 찍는 과정. 떡이 잘 떼어지도록 떡살에 기름칠을 하고 준비한 떡에 모양을 찍은 후 마무리로 장식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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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소재 떡 박물관에서 떡살을 이용해 떡 무늬를 찍는 과정. 떡이 잘 떼어지도록 떡살에 기름칠을 하고 준비한 떡에 모양을 찍은 후 마무리로 장식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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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소재 떡 박물관에서 떡살을 이용해 떡 무늬를 찍는 과정. 떡이 잘 떼어지도록 떡살에 기름칠을 하고 준비한 떡에 모양을 찍은 후 마무리로 장식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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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소재 떡 박물관에서 떡살을 이용해 떡 무늬를 찍는 과정. 떡이 잘 떼어지도록 떡살에 기름칠을 하고 준비한 떡에 모양을 찍은 후 마무리로 장식을 올린다.
정체불명의 외국산 떡살이 국산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현실이 그는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차례상에 외국산 떡살이 찍어낸 떡이 버젓이 올라가서야 되겠느냐”는 그는 “우리만의 전통 떡살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잊지 않는 한 떡살을 만드는 기술과 손길은 면면히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글 사진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2020-01-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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