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원격수업… ‘재난 교육과정’ 세워야

갈 길 먼 원격수업… ‘재난 교육과정’ 세워야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1-01-03 17:24
수정 2021-01-0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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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겪은 원격·대면수업 병행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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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한산초등학교는 지난해 1학기에 한 반 학생들이 5~6명씩 소그룹으로 나눠 등교했다. 이 학교 홍인기 교사는 “방역을 위해 교실 안의 학생 수를 줄이면서 깊이 있는 수업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홍인기 경기 한산초 교사 제공
경기 한산초등학교는 지난해 1학기에 한 반 학생들이 5~6명씩 소그룹으로 나눠 등교했다. 이 학교 홍인기 교사는 “방역을 위해 교실 안의 학생 수를 줄이면서 깊이 있는 수업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홍인기 경기 한산초 교사 제공
“지난해엔 ‘원격수업이 처음이니까’라고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결정된 부분이 많았습니다.”(이윤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예년에 100%를 가르쳤다면 2020년엔 60%도 가르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등교 지침이 바뀔 때마다 대면수업으로 준비했던 것을 원격수업으로 바꾸거나 반대로 바꾸기를 반복했어요.”(손은정 경기 모현중학교 교감)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나라 공교육은 ‘원격수업’이라는 미래를 현실로 앞당겨 맞이했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고육지책’으로 시작한 원격수업은 지난 1년 내내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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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이 실시한 각종 설문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8~9명이 “원격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심화됐다”고 응답했고, 초등학생들은 ‘발달 격차’ 우려마저 커졌다. “대면수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한 지난해의 교육을 ‘미래교육’, ‘블렌디드 러닝’(원격·대면 융합수업)이라고 자평하지만 교육계의 평가는 냉정하다. 서울시교육청의 ‘서울시 초·중·고등학교 코로나19 대응 원격교육 현황 조사’에서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이끈 연구진은 “지금의 원격수업은 진정한 의미의 온라인 원격교육이 아니다”라면서 “대면수업을 대신하거나 뛰어넘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진정한 의미의 ‘블렌디드 러닝’은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이 효과적으로 맞물려 학습 효과를 극대화한다. ‘거꾸로 수업’(온라인으로 교과 내용을 학습하고 대면수업에서 토론·모둠과제 등을 진행)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학교 교육을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이 반복되거나 비정기적으로 병행되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진이 지난 7월 서울시내 교사 13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사들은 원격수업의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주로 ‘대면수업에서 제공’(초등학교 56.7%·중학교 38.3%·고등학교 54.6%)했으며, 과제를 확인하더라도 절반가량이 ‘제출 여부만 확인’했다. 원격수업은 과제를 통해 출결을 확인하는 데 그친 셈이다. 특히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이 병행되면서 학생들의 원격수업 참여도가 점차 낮아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온라인 개학 한 달여 뒤 대면수업이 시작됐지만 내실 있는 수업은 어려웠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원격수업 기간 학생에 대한 평가는 ‘실시간 쌍방향(화상) 수업에서만 가능하다’는 교육부의 평가 지침 탓에, 일선 학교는 대면수업에서 수행평가를 몰아서 할 수밖에 없었다. 손 교감은 “대면수업하는 날에는 평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 자기주도학습이 어려운 학생에 대한 개별 지도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올해도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 시대 교육의 틀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먼저 대면수업을 전제로 했던 기존 교육과정을 대폭 손질한 ‘재난 시 교육과정’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대면수업 일수가 줄고 원격수업으로는 한계가 있는데도 방대한 기존 교육과정을 그대로 운영해야 해 진도를 쫓기 급급했다”면서 “반드시 배워야 할 핵심 성취기준을 선별해 수업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주마다 바뀌는’ 등교 지침 대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등교 계획을 제시하고, 경직된 지침을 개선할 필요도 제기된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원격수업과 대면수업, 수업과 피드백 등 다양한 요소들이 최적의 조합을 이룰 때 좋은 융합수업이 만들어진다”면서 “각 학교와 교사가 ‘황금률’을 찾아낼 수 있도록 수업과 평가의 자율성을 넓히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학생의 출석과 건강 자가진단 참여 독려 등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수업과 피드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절실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한국교육행정학회장)는 “학생들의 70%는 생활 습관과 학습 습관이 흐트러져 있고, 30%는 자기주도학습에 익숙해져 교실 수업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면서 “이들 학생이 다시 한 교실에 모여 수업을 하면서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교사는 원격수업에서 활용한 스마트기기와 플랫폼, 콘텐츠를 활용한 교실 수업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조언이다.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지원 체계도 정비돼야 한다. 박 교수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원격수업 매뉴얼을 각각 만들어 제공하고, 원격수업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상담 체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가정에서 원격수업을 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마을 공동체가 ‘온라인 공부방’ 같은 인프라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 회장은 “원격수업 기간에는 가정이 제2의 교실, 학부모가 제2의 교사가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자녀의 학습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전문적인 정보를 얻을 곳이 없다는 게 학부모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고충”이라면서 “교육당국은 학부모와의 소통 채널부터 구축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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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21-01-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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