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분수령 말죽거리

부동산 투기 분수령 말죽거리

입력 2010-05-31 00:00
수정 2010-05-3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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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양입성 관문역 40년만에 땅값 16만배 ↑

강남대로의 마지막 지점인 말죽거리. 현재 3호선 양재역 4번 출구 앞에 표지석만이 남아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말죽거리는 한양 도성에서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로 가는 첫 번째 역이었다. 삼남지방으로 나가는 벼슬아치나 삼남지역에서 도성 안으로 들어오는 벼슬아치는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최고의 교통 요충지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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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으로부터 벼슬을 제수받은 선비들은 동대문을 나와 한강을 배로 건너 양재역까지 말을 타거나 걸어갔다.

도성 이남으로는 말죽거리를 시발점으로 해서 30리마다 역이 있었고 역을 관장하는 역장인 찰방이 있었다. 벼슬아치나 암행어사는 역에서 대기하고 있는 말을 징발할 수 있었고 역에서 말을 바꿔 탈 수 있었다. 벼슬아치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도 역이나 부근의 주막집에서 식사하고 잠을 잘 수 있다.

다른 어느 역보다도 말죽을 많이 먹여야 하는 거리였으므로 말죽거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또 1624년 이괄의 난 때 인조 임금 일행이 남도지방으로 피난하면서 허기와 갈증에 지쳐 이곳에서 급히 팥죽을 말 위에서 먹고 과천으로 떠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말죽거리는 도성에서 지방으로 내려가고 지방에서 도성으로 올라오는 관문이었다. 배웅하고 마중할 사람은 말죽거리까지 따라 나와 사람을 떠나 보내거나 맞이하거나 했다. 일종의 플랫폼이었던 셈이다. 지금도 말죽거리는 서울 도심과 분당 사이의 분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말죽거리 부동산 투기의 역사

1965년의 말죽거리 주변은 온통 논밭이었다. 마을도 하나밖에 없었다. 지금의 교육문화회관 근처에 있던 잔디마을이 유일했다. 이런 말죽거리가 뜨기 시작한 것은 서울시가 영동개발 계획을 내놓은 1966년부터다. ‘말죽거리에 땅을 사면 떼돈을 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한국의 모든 ‘돈’이 몰려들었다.

당시 동작동 국립묘지(현충원)까지 버스를 이용하고 말죽거리까지는 걸어가야 했던 시절에도 말죽거리 복덕방에는 매일 수십 명이 북적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하지만 1967년 부동산투기억제 특별조치법으로 발길이 뜸하기도 했지만 제3한강교와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투기의 광풍에 휩싸였다.

말죽거리가 고향이라는 이상진(72·서울 양재동)씨는 “60년대 초 말죽거리 땅값은 평당 200원 안팎이었다.”면서 “1969년 제3한강교와 이듬해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평당 5000~6000원으로 폭등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지금은 양재역 주변의 땅값은 평당 5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의 추측이다. 40년 만에 땅값이 약 16만 배 이상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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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10-05-3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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