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숭이 재판’의 교훈/금태섭 변호사

[기고] ‘원숭이 재판’의 교훈/금태섭 변호사

입력 2007-12-05 00:00
수정 2007-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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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미국에서 제작된 ‘신의 법정(원제 :Inherit the wind)’이란 영화가 있다. 학교에서 진화론 교육을 금지한 법률에 맞서 법정 투쟁을 벌이는 용감한 고등학교 교사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영화다. 당대의 대스타 스펜서 트레이시가 맡아 흥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평단의 찬사를 받아 연극과 TV영화로 다시 제작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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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변호사 연합뉴스
금태섭 변호사
연합뉴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것인데, 그 내용은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1925년, 보수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던 테네시 주 의회는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교사를 벌금형에 처하는 법률을 통과시킨다. 법을 만든 주 의회 의원들조차 이 법률에 위반한 사람을 실제로 처벌할 의사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법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법적인 도전을 결심했고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이 존 스코프스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진화론을 가르쳤다고 하면서 피고인이 되기를 자청했고 결국 기소되었다. 이 사건이 ‘신의 법정’으로 유명해진 스코프스 사건인데 일명 ‘원숭이 재판’이라고도 한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당대 최고의 변호사인 클레런스 대로가 검사를 상대로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다.“세상이 정말 6일 만에 창조되었습니까. 태양이 만들어지기 전에 어떻게 하루를 계산할 수가 있습니까. 그때의 하루도 24시간이었나요. 지구가 태양 주위를 회전하는데 어떻게 여호수아는 태양에게 멈추라는 명령을 할 수 있었을까요?” 검사는 말문이 막히고 대로 변호사는 종교와 과학은 별개이고 종교가 교육에 부당한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한다.

실제 사건은 영화의 내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 사건을 담당한 브라이언 검사는 독선적인 원리주의자가 아니었고, 그가 이 사건을 맡은 것은 당시 진화론이 인종차별주의자나 군국주의자들에 의한 우생학적 주장의 근거로서 잘못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우생학의 신봉자들은 적자생존의 원리에 근거하여 ‘부적합한’ 인종이나 ‘열등한’ 민족에 대한 불임시술까지 주장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코프스가 진화론을 가르쳤던 고등학교는 백인 학생들만의 입학이 허용되는 학교였고 그가 사용한 교과서의 저자는 백인종을 가장 우수한 인종으로, 다른 인종을 사회의 기생충으로 서술하였다.‘원숭이 재판’으로 치부할 만큼 단순한 사건은 아니었던 셈이다.

1968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에도 창조론자과 진화론자 사이의 법적 다툼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뜨거운 논쟁의 대상인 ‘지적 설계론’이 등장한 것이다.‘지적 설계론’이란 인간을 비롯한 생물의 구조는 너무나 복잡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진화에 의해 우연히 생겨날 수는 없고 종교에서 말하는 신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떤 지적인 존재에 의하여 설계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눈과 같이 복잡한 기관은 한 부분이라도 잘못되면 볼 수 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한데 이렇게 정교하게 발달하는 과정이 모두 우연한 진화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창조론자들은 학교에서 진화론과 함께 이런 ‘지적 설계론’을 가르쳐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해 왔다.

‘지적 설계론’이 학계에서 정설로 굳어진 진화론에 비견될 만한 이론이라는 주장에는 당연히 강력한 반론이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사상과 신념이 법정에서 각각의 근거를 가지고 공개적으로 토론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개인의 사상과 철학에 있어서 근본적인 바탕을 이루는 것들에 대해 합리적인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법원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기능의 하나이고 원숭이 재판을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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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변호사
2007-12-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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