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민원처리 원칙
이재오 위원장의 민원 처리에는 3무(無) 원칙이 있다.권익은 있어도 권위적이지는 않다. 이 위원장은 시장들과의 환담 때 상석을 극구 사양했다. 시장과 마주 앉아 다리를 모으고 메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 이 위원장은 민원 조사관들에게 단돈 100원짜리도 얻어먹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번 이동 신문고 기간 중 1인당 1500~2500원 하는 구내식당 식사료도 모두 시청에 지불했고 마을회관 숙박료도 1인당 2만원씩 계산해서 냈다. 1박2일 간 이 위원장이 쓴 돈은 5000원짜리 식사비 2차례를 합쳐 모두 3만 4000원이었다.
‘검은 양복 군단’은 절대 사절이다. 처음엔 ‘실세’가 내왕한다는 소식에 지역 정치지망생들이 눈도장을 찍으러 대거 몰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위원장은 “그런 사람들이 나오면 차를 돌리겠다.”고 가차없이 잘랐다고 한다.
반면 있는 것도 있다. 경청·현장·동화(同化)다. 이 위원장은 가는 곳마다 “더 얘기하실 분 없어요.”라는 말로 되레 민원인들을 압박(?)한다. 그는 기자에게 “충분히 얘기할 기회를 주고 경청하는 것 자체가 민원 해결의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또 “현장을 보면 답이 딱 나온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민원인들과 비벼져 갑론을박하는 것을 보면 누가 장관이고 누가 촌부(村夫)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동 신문고 민원 중 즉석해결은 대략 10%, 접수 후 조사는 30%, 나머지 60%는 해결 불능이다.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으니 불만을 갖는 사람도 많을 수밖에 없다. 경기 안산시청에서 만난 한 민원인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말만 하니 권익위가 시청하고 다른 게 뭐냐.”고 기자에게 불만을 전했다.
해결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권고’일 뿐 법적 구속력은 갖지 못한다. 중재가 이뤄지면 보통 지방자치단체와 민원인, 권익위 대표 등 3자가 서명하는 합의서를 작성하지만, 나중에 이를 파기해도 어쩔 도리는 없다. 덩치가 큰 집단민원 서명식을 이 위원장이 주관하는 것도 합의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09-12-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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