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길을 잃다] (2) 외줄 타는 교사들

[공교육 길을 잃다] (2) 외줄 타는 교사들

입력 2008-12-23 00:00
수정 2008-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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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간 줄세우기에 치이고… 학원에 밀리고…

일선 교사들이 죽을 맛이다.인성교육과 지식교육 사이에서 스승으로서의 좌표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입시에 ‘올인’하라는 학교 안팎의 압력 때문에 인성보다는 지식교육에 힘썼지만 결국 지식교육도 학원에 빼앗겼다.교사들이 설 자리를 잃은 사이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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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는 국내 공교육은 물론 사교육까지 믿지 못해 해외로 떠나는 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강남교육청의 경우 올해 1~10월 고등학생 1만명당 190명이 유학을 떠났다.이는 성북교육청(38명)에 비해 5배가 넘는 수치다.서울시 전체로 볼 때도 2005년 2264명이던 고등학생 해외유학생수가 2007년엔 2928명으로 늘었다.

반면 강북은 품행불량이나 학교부적응으로 인해 학교 밖으로 밀려나는 학생들이 많다.올해 강남교육청의 경우 1만명당 11명의 고등학생이 학교부적응 및 품행불량으로 학업을 중단했지만 성북교육청은 강남의 5배인 55명이 학업을 중단했다.

●“행정업무 처리하기도 바빠”

일선 교사들은 행정업무가 너무 많아 인성교육을 할 시간이 없다고 항변한다.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인 김모(25·여)씨는 “초등학교는 인성교육이 가장 필요한 때지만 하루에 4시간 이상 행정업무를 하다 보면 겨를이 없다.”면서 “학부모들도 일제고사 등이 생긴 이후로 성적에만 매달린다.”고 말했다.경북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주모(43) 교사는 “행정업무로 아예 수업을 대체하는 경우까지 있다.”면서 “신임교사의 경우 수업이나 생활지도보다 행정업무가 월등히 많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장의 폐쇄적인 태도 역시 교사를 움츠리게 한다.서울의 한 중학교 이모(32) 교사는 “아이들이 교사에게 욕을 한 경우 학교가 처벌할 수 있지만,학교장은 학교 밖으로 소문나는 게 두려워 그냥 무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지방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교에 화장품을 가져왔다는 이유로 학생에게 벌을 준 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경우도 있다.교장이 교사에게 제시한 적당한 타협이 바로 무릎 꿇는 것이었다.

●학교장 권한 강화되며 입시 올인

최근 학교 자율화 조치로 개별 학교장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면서 인성교육은 더 맥을 못추고 있다.승진을 해야 하는 교감이나 부장교사는 교장의 정책에 반대하는 젊은 교사들의 반론을 막기에 급급하다.경기도 시흥의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34)씨는 “‘학교 자율화’라기보다는 ‘교장의 자율화’가 더 맞는 표현”이라면서 “학교간 줄세우기가 심화되면서 학교장은 당연히 인성교육보다 눈에 보이는 성적 위주의 교육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교육청은 일선 교사들의 이런 불만에 대해 부정적이다.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 저녁 6~7시면 퇴근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결국은 교사들의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그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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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박창규기자 kdlrudwn@seoul.co.kr
2008-12-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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